전통 속에서 미래를 일구는 500년 종가의 종손 부부

 

봉화 지역명사 권용철•권재정 부부

전통은 옛것을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에 맞게 개선 발전시켜 계승하는 것이라고 믿으며 종가를 지키는 젊은 종손 부부가 있다. 경북 봉화 닭실마을의 충재 권벌 종가 권용철 종손과 권재정 종부가 그들이다. 500년 역사가 배어 있는 종가를 지켜가면서도 더 발전적인 미래를 일구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젊은 종손 부부의 전통 이야기를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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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 역사를 지켜가는 종손·종부

 

경북 봉화에 500년 동안 이어져 오는 안동 권씨 집성촌이 있다. 금닭이 알을 품는 형상의 닭실마을로, 이중환의 택리지에서 삼남지역 4대 길지로 꼽히는 이 마을은 조선 중종 때 예조판서를 지낸 충재 권벌의 종택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현재 이 500년 역사의 충재 종택을 이끌어가는 이들은 40대 중반의 권용철·권재정 종손 종부다. “어렸을 때 어른들이 할아버지를 존중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 집이 대표 집이라는 의식을 하게 됐고, 중학교 때 지은 집안의 유물전시장을 보며 자라면서는 자연스럽게 나중에 내가 지켜야겠다고 생각했죠.” 충재 19대 손인 권용철 종손은 누구도 부담을 주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종손의 책무를 인식했다고 담담히 말한다. 더욱이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까지 서울에서 공부했으면서도, 언제나 자신의 집은 이곳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고 결국 대학원과 직장도 이곳에 돌아와서 다녔다. 권재정 종부와도 어른들이 미리 맺은 인연으로 만났지만, 깊은 신뢰와 한결같은 애정으로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 “종부로서 물론 감당해야 할 무게도 크지만, 제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에 수많은 행사들을 치르면서도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예천 권씨 집안에서 자란 권재정 종부 역시 시조부와 시조모까지 모시는 무거운 자리 였음에도, 어렸을 때부터 수많은 손님 접대와 법도 등을 자연스럽게 익힌 덕분에 스스럼 없이 종부 자리를 받아들였으니 천생연분이라 하겠다.

현대에 맞게 계승 발전시키는 전통

 

기꺼이 짊어진 종손과 종부의 책무이지만, 일 년에 열 번도 넘는 제사와 숱한 행사, 마을의 문화와 유적을 보존해야 하는 총책임을 지고 있는 만큼 당면한 과제도 만만치는 않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세대와 달리 시대가 달라진 만큼 종가도 달라져야 한다는 과제가 생겼습니다. 우리도 시대에 맞춰서 열린 마인드를 가져야 합니다. 옛것만 고수하면 어느 순간 우리가 지켜야 할 전통이 끊어지게 될 겁니다. 이 시대의 제 책무는 전통을 현재 그대로가 아니라 보다 좋게 조금씩 개선해서 전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권용철 종손은 시대에 따라 전통과 예법도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종손 부부는 종가문화를 바탕으로 문화와 유적을 보다 생산적으로 보존 계승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특히 박물관 등 종가문화를 지역의 관광자원으로 만들고,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전통을 현대의 가치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물론 관광객중에는 간혹 문화유적에서 고성방가를 하거나 훼손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이를 말리고 유적을 지키는 것도 쉽지 않고 고충도 있지만, 제례체험을 통해 제사의 본의를 깨달았다는 소리를 들을 때면 보람도 크다고 한다. “전통은 곧 미래입니다. 예법도 요즘 세상에 맞게 개선하고 이어가야 미래에도 이어질 수 있으니까요.” 이처럼 열린 마음과 자세로 노력하는 이들의 정성을 토대로, 그동안 유기적으로 변화하며 오늘에 이르렀듯이 앞으로도 그렇게 닭실마을의 전통과 문화는 보다 나은 모습으로 전해져 갈 것이다.

전통을 개선하면서 지켜간다는 것이 때로는 그 경계를 정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가장 근본적인 취지는 단절되고 있는 우리의 전통을 계승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잘못된 것까지 계승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잘못된 것은 고치고 계승할 것은 지켜 나가야죠. 물론 옛것을 전혀 모르게 될 정도로 고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선조들로부터 500년이 내려왔으니 우리가 노력해서 300년은 더 내려갈 수 있게 해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제가 여기서 정자를 지키고 집을 지키면서 받은 감동을 후손들에게 보여주려면, 조금은 더 원형에 가깝게 지켜야 한다고도 생각하죠. 그래서 할 수 있는 만큼은 지키되, 옛날에는 이런 것이 있었지만 조금 불편한 게 있으면 너희가 고쳐도 된다고 후대에 전하고 싶습니다.

전통 체험 중 가장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제례 체험인데요. 제례의식을 제대로 배우고 지켜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요?

 

현대 사회에서 점점 번거롭게 생각하고 사라져 가는 것 중 대표적인 것이 제사입니다. 제사를 지내고 있는 집도 잘못 지내는 경우가 많고요. 본래 제사는 제사를 받으실 한 분의 분량만 음식을 준비하면 되는데 음복하는 사람들 몫까지 하다 보니 부담도 크고 허례허식 제사가 되었습니다. 또한 ‘좌포우혜·홍동백서’와 같은 예법도 원래 우리 전통은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본래 제사란 돌아가신 분을 만나는 날입니다. 흉사가 아니죠. 따라서 돌아가신 조상님을 꺼리는 것도 잘못된 생각이고, 더욱이 발복을 기원해서도 안됩니다. 또 많이들 오해하는 게 제사는 엄숙해야 하고 잘못하면 부정타고 벌받는다고도 하는데 잘못된 생각입니다. 유교의 제사는 귀신도 사후세계도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럼 왜 제사를 지내냐고요? 살아계셨을 때 부모님께 밥상을 올렸듯이 돌아가신 후에도 드리는 것이고. 그게 ‘효’라는 것입니다. 그걸 매일 드릴 수 없으니 돌아가신 날만 하는 겁니다. 즉, 제사는 조상님이 살아계실 때처럼 그 마음을 이어가는 것입니다. 이처럼 제사 문화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된다면 부담이나 종교 문화적 오해도 없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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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재박물관

충재박물관은 충재 권벌 종가의 유물 및 문서 등을 전시 보존하고 있다. 충재일기(보물 제261호), 근사록(보물 제262호) 등 보물 482점 외 고서 및 고문서 등 총 5천여 점의 유물이 소장되어 있는 중요한 유교 관련 박물관이다.

  • 주소:
    • 경상북도 봉화군 봉화읍 충재길60 (유곡리 934)
  • 전화:
    • 054-674-0963
  • 운영시간:
    • 10:00~17:00(동절기 16:00)*월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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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례 체험

충재 선생의 불천위제례가 500년을 이어온 안동 권씨 집안의 전통적인 제사 예법을 체험할 수 있다. 복장을 갖추고 제사의 의미와 절차에 대해 배우며 제례 절차에 따른 예법을 체험하게 된다. 제례 체험은 1박 2일과 당일 코스에 따라 체험 내용이 달라지며, 단체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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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도와 민화 그리기 체험

전통 다도와 민화 그리기 체험도 할 수 있다. 닭실마을의 명소인 청암정에서 종부와 함께 하는 전통 체험이다. 차를 맛있게 우리고 즐겁게 마시는 전통문화로서의 다도의 의미를 되새겨 보고, 아이들과 함께 부채나 손수건 밑그림에 색칠을 하는 민화 체험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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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실마을 해설 탐방

닭실마을은 마을 전체가 사적 및 명승 제3호로 지정되어 있다. 500년 전통의 맛을 담은 오색한과를 주민들이 직접 만드는 한과체험장을 시작으로 TV 드라마 ‘동이’, ‘바람의 화원’ 촬영지로도 유명한 청암정, 충재 권벌을 경모해 유림에서 건립한 삼계서원, 제사를 지내던 추원재를 비롯해 석천계곡과 석천정사도 빼놓을 수 없는 탐방코스다. 미리 신청하면 문화해설사와 함께 관람할 수 있다.

명사 추천 주변 관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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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바래미마을

마을 전체가 바다보다 낮은 위치에 있었다는 뜻으로 ‘바다밑’인 바래미라고 불린다. 조선 숙종 때 관찰사를 지낸 팔오헌 김성구(1641-1707)가 300년 전 터를 잡은 후 의성 김씨 집성촌이 되었다. 아랫마을에는 남호고택, 영규현, 개암종택, 윗마을에는 만회고택과 명월루 등 고택들이 많다. 도지정 전통마을로 보존되고 있으며, 독립운동가들이 배출된 곳으로도 이름이 높다.

  • 주소:
    • 경상북도 봉화군 봉화읍 해저리
  • 만회고택
    • 봉화군 봉화읍 바래미 1길 51
  • 전화:
    • 054-673-7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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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암정

조선 효종 때의 문신 김종걸(1628~1708)이 세운 정자로 당대 유림들이 교류하며 시사공론과 시영을 즐기던 장소이다. 정면 3칸, 측면 1칸 반의 팔작지붕집 형태를 갖추었으며 경상북도 민속자료 제54호로 지정되었다. 주위의 바위와 노송들이 정자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정자 앞에는 연못을 조성하여 더욱 뛰어난 조경미를 갖추었다.

  • 주소:
    • 경북 봉화군 봉화읍 거촌리 502
INFORMATION
봉화 충재종택
  • 주소:
    • 경북 봉화군 봉화읍 충재길 44
  • 전화:
    • 054-674-0963
  • 웹사이트:
글 송지유 작가 | 사진 남윤중(AZA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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