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의 맛과 영양의 비결

한식에 쓰이는 양념은 흔히 말하는 조미료와는 다르다. 조미료가 음식의 맛을 돋워주는 부재료일 뿐이라면 양념은 주재료의 맛을 살려주는 것은 물론이고 영양과 건강 측면을 고려한 것이다. 예로부터 음식과 약의 근본은 같다고 생각한 한국인들은 ‘약(藥)을 염두에(念) 둔다’는 뜻을 담아 양념이라 했다. 입만 즐거운 것에 그치지 않고 몸에도 이로워야 한다는 생각을 담아 만든 것이다.

 

간장, 된장, 고추장

콩을 발효시킨 한식양념의 대표주자

간장, 된장, 고추장은 콩을 발효시켜 만든 메주를 주원료로 한 양념이다. 우수한 식물성 단백질 식품인 콩에는 필수 아미노산이 고루 들어있는데 특히 다른 식물성 단백질에 부족하기 쉬운 라이신과 류신이 풍부하다. 이는 쌀, 보리 등 곡류의 결점을 보완해준다. 반면, 곡류에는 콩에 부족한 아미노산인 메티오닌 등이 풍부해서 곡류와 콩은 훌륭하게 서로 단점을 채워준다. 간장, 된장, 고추장을 통틀어서 장이라고 하는데 이들 장은 콩을 쪄서 발효시킨 메주로 만든다는 점에서 한 형제와 같다. 늦가을 흰콩을 무르게 삶아 네모지게 메주를 빚어 따뜻한 곳에서 곰팡이를 띄워서 말려두었다가 1~2월에 소금물에 넣어 두어 40~60일정도 발효시킨 뒤 국물은 간장으로 쓰고 건지는 된장을 담근다. 고추장은 메주가루에 찹쌀죽, 고춧가루 등을 넣고 발효시킨 것이다. 구한말 우리나라를 방문한 서양인들은 메주에 엉겨 붙은 누룩곰팡이를 보고 기겁을 하곤 했다. 그러나 간장, 된장, 고추장은 이 곰팡이 덕에 깊고 풍부한 맛이 날 뿐만 아니라 면역력을 높여주어 항암효과 등이 밝혀지고 있는 발효식품이다. 페니실린이 푸른곰팡이에서 만들어진 것과 비슷하다. 천 년 전부터 장 담그기는 김장과 함께 한국 가정의 가장 중요한 두 행사이다. 장은 국, 찌개, 나물, 구이, 조림, 찜 등 한식의 거의 모든 반찬에 중요하게 쓰이는 양념이다. 같은 재료라도 이들 양념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데 깔끔한 맛을 낼 땐 간장을, 구수한 맛을 낼 땐 된장을, 칼칼한 맛을 낼 땐 고추장을 쓴다.

 

파, 마늘, 고춧가루

한식의 전통 허브

파, 마늘, 고춧가루는 한식에 빠지지 않는 일종의 허브이다. 다양한 김치에 이들 세 가지 양념은 필수적으로 들어가는데 한 가지라도 빠지면 제 맛이 나지 않는다. 맵고 알싸한 맛이 나는 파는 고기와 생선 요리의 잡냄새를 잡아주고 나물의 상큼함을 배가시켜준다. 찌개, 국, 구이, 조림 등 한식의 마지막에 썰어 넣으면 파릇한 청량감에 맛까지 개운하게 해준다. 파는 비타민A, C, E가 풍부하며 파에 함유된 유황화합물은 혈액순환을 좋게 하는 동시에 몸을 따뜻하게 해준다. 때문에 한국인은 감기에 걸리면 파뿌리를 대추와 함께 달여마신다. 파뿌리는 노인의 백발을 닮았는데 한국인은 신혼부부에게 “검은 머리카락이 파뿌리 될 때까지 잘 살라”는 덕담을 한다. 파에는 굵기에 따라 대파, 쪽파, 실파가 있는데 대파는 국이나 찌개같은 가열요리에 쓰고, 실파는 나물요리에 쓰며 쪽파로는 주로 파김치를 담근다. 마늘은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세계 10대 건강식품’이자 미국 국립암연구소가 선정한 ‘항암식품 1위’식품이다. 강력한 항균, 항암, 항산화 효과 등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알싸한 향과 감칠맛이 한식과 조화를 이룬다. 국, 찌개, 조림 등 가열요리에 넣으면 매운맛이 없어지고 감칠맛이 더해지며 나물처럼 비가열요리에 넣으면 알싸한 매운맛이 식욕을 자극한다. 마늘은 한국의 건국신화에도 나와 한국인의 은근과 끈기를 상징한다. 한민족의 시조인 단군의 어머니 웅녀는 본래 곰이었는데 마늘과 쑥만 먹고 100일을 견뎌 마침내 인간이 되었다고 한다.

 

깨소금, 참기름, 들기름

고소하고 몸에 좋은 식물성 기름

깨소금, 참기름, 들기름은 한식에 고소한 맛을 더하는 양념이다. 아울러 건강에 이로운 각종 항산화성분과 불포화지방이 풍부하다. 깨소금은 참깨를 볶아 갈아서 만든 것으로 각종 음식에 섞거나 마지막에 살짝 뿌려낸다. 한국에서는 다정한 신혼부부 사이를 얘기할 때 “깨소금 향이 솔솔 난다”고 표현한다. 참기름은 참깨를, 들기름은 들깨를 짠 기름이다. 각종 나물, 잡채, 비빔밥 등의 한식에 더해져 고소한 풍미를 자아낸다.

글 박현숙 작가 | 사진 이종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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