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시인 김용택이 쓰는 행복한 삶의 시

 

임실 지역명사 김용택

섬진강 시인 김용택. 초등학교 교사에서 은퇴 후 한결 자유로워진 시인의 일상은 자연에 좀 더 가까이 머물고 있다. 일상의 소소함이 오히려 깨달음의 원천이 되고 한결 더 아름다운 삶의 시어가 된다. 나무와 바람과 더불어 강물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그의 삶 속에 행복의 비밀이 아롱아롱 맺혀 있다. 그가 쓰는 행복한 삶의 시어를 따라가 보자.
김용택시인
임실-김용택

자연의 소리와 깨달음이 빚어낸 시

 

이 땅에 그 만한 부자 시인이 또 있을까. 섬진강 시인 김용택. 남도 땅을 굽이굽이 흘러 평야를 이루고 지리산을 품에 안은 섬진강을 또 누가 있어 이름 앞에 품겠는가 말이다.

 

“시를 배워본 적도 작정하고 쓴 것도 없어요. 자연의 소리를 따라 적고 책 속에서 나를 발견하고 진리는 바로 내 안에 있음을 깨달으면서 시가 되었지요.”

 

섬진강 변 임실 진뫼마을이 고향인 김용택 시인은 모교인 덕치초등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했다. 1982년 ‘섬진강’ 연작시를 발표하면서 등단한 이후 절제된 언어로 자연과 삶을 시 속에 담아냈고, 그 속에는 풍자와 해학으로 비판한 시대정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를 시인으로 만든 것은 바로 그의 고향과 자연이었다. 그가 자라고 그의 시가 태어난 산실인 시골집은 김용택 시인의 문학관이 되어 사람들을 맞고 있다.

 

“아버지께서 직접 지으신 이 옛날 집은 예전에 제가 글을 쓰는 작업실로 ‘관란헌(觀瀾軒)’이라는 이름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글이 돌아오는 집, 글이 모이는 집이라는 뜻에서 ‘회문제(回文齋)’로 바꿨습니다.”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 물결이 방안 가득 밀려 들어오던 ‘관란헌’ 대신, 이제 사람들이 글을 찾아 물결처럼 모여드는 ‘회문제’가 되기를 바라는 시인의 마음이 고스란히 깃들었다.

새롭고 자유로워야 행복한 삶

 

2008년 교직에서 은퇴한 김용택 시인은 은퇴 전 못지않게 활발한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그를 찾는 곳이 많다 보니 거의 한 달 내내 일정이 가득하다. “행복한 삶의 방법에 대해 주로 이야기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성공을 바라지만 남의 기준에 맞춰 살면 불행하죠. 비교하지 말고 자기 삶의 가치를 찾아야 행복해진다고 믿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삶의 가치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디서 사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는 깨달음은 그가 시를 쓰면서 줄곧 붙들고 있었던 가치이기도 하다. 따뜻하고 가치 있는 삶은 공동체 안에 있다고도 강조한다. 은퇴 후 김 시인은 자연에 더욱 가까이 다가섰다. 매일 아침 마을 입구의 300년 된 느티나무도 촬영한다. 늘 새롭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성공이라는 한 면만 보기 때문에 불행한데, 나무는 볼 때마다 다르다. 시인도 그래야 한다. 그렇게 자유로운 자연의 소리가 시가 되고 문학이 된다는 것을 공유하고 싶어서 옛집 옆에 새로 지은 서재를 ‘김용택의 작은 학교’라 이름하고, 이곳에서 지역 주민들과 함께 글쓰기를 하고 있다. “시인은 모든 세상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입니다. 바람같이 나뭇가지 사이를 지나가고 나비같이 풀잎 사이를 지나가는 그런 시를 쓰고, 그렇게 자연처럼 자유롭게 살고 싶어요.” 세상을 자세히 보면 삶이 다시 보인다. 강물도 다시 보이고 소통하지 못할 것이 없다. 시인의 눈길이 닿는 곳에는 모든 것이 가볍고 자유롭다. 그곳에 모두 행복한 삶의 시어가 맺혀 있다.

선생님의 강연을 청하는 곳이 많은데 주로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시나요?

 

이제 앞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공동체적인 삶과 인간성입니다. 인공지능이 절대 대체할 수 없는 것이죠. 그런데 인간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자연의 질서를 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은 옛날 시골 사람들의 삶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과거 농촌 공동체는 ‘도둑질 금지, 막말하지 않기, 거짓말하지 않기’ 등을 지키는 것으로 기본적인 질서를 유지하고 살았습니다. 우리 시골 마을에서도 지금처럼 공부를 많이 하지 않아도, 자연에 기대어 같이 일하고 같이 먹고 같이 놀며 잘 살아왔습니다. 자연에 기대고 자연의 질서에 따르며 사는 농촌 사람들은 삶이 공부고 삶이 예술 활동이었습니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과거보다 잘살게 되었음에도 남들의 기준과 질서만 맞추려다 보니 불행하게 느낍니다. 남의 기준에 자신의 삶을 끼워 맞추지 말고, 자연의 질서와 순리를 받아들여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글쓰기 교실도 하시는데, 글쓰기에 대해 어떤 가르침을 주시나요?

 

글은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저는 교사가 된 후에 비로소 책을 읽을 수 있었고, 책을 읽고 생각이 많아지니까 글을 쓸 수 있게 됐고 시인이 되었습니다. 글쓰기는 생각을 쓰는 겁니다. 참고로 제 일상을 알려드리자면, 저는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인터넷 축구 명장면, 영화 리뷰와 드라마 좋은 장면들도 다 찾아봅니다. 드라마를 안 보면 시대의 변화를 모르고, 영화도 반드시 봐야 합니다. 마블 영화를 보면 국가주의와 자본주의를 알 수 있죠. 국가가 통제하고 자본이 개인의 삶을 통제하는 걸 이기려면 시민들의 힘이 커야 하고 그러려면 공부를 해야죠. 그리고 인터넷으로 신문을 10여 종류 찾아봅니다. 글쓰기 공부를 위해 제일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신문을 보는 겁니다. 신문마다 시각이 다르니까 그 각각의 다른 시각을 읽고, 사설도 꼭 보죠. 모든 신문은 시를 실어요. 그것도 찾아 읽은 후에는 전날 일을 되돌아보며 아침에 일기를 씁니다. 그리고 6시쯤 되면 카메라를 메고 산책하러 나가서 느티나무를 매일 찍어요. 같은 나무지만 날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거든요. 그런 일상 이야기를, 삶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합니다. 공부라는 건 고치고 바꾸고 맞추는 것이고, 그래서 새로워지는 겁니다. 어제와 다른 오늘을 만드는 것, 그게 삶의 공부고 글쓰기 공부입니다.

시와 김용택이라는 콘텐츠가 문화 관광 콘텐츠로서 어떤 의의가 있을까요?

 

우리 마을이 김용택의 고향마을로 알려지면서 사람들이 찾아오고 문화 관광 콘텐츠가 되고 있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제 이름 때문에 조명받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좋지 않습니다. 조용한 시골 마을이다 보니 주민들에게 혹시라도 피해가 갈까 봐 조심스럽기도 하고요. 또 작은 학교를 여니까 당연하게 제가 교장이라고 하는데 저는 그냥 관리자로 족해요. 감투도 싫고 그냥 시만 쓰고 싶을 뿐입니다. 다만 사람들 에게 시가, 글쓰기가 삶의 행간을 들여다보고 행복을 발견하는 길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알려주고 싶습니다. 그런 면에서 문화 콘텐츠로서 시와 문학의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임실 김용택 프로그램1
작은 학교 김용택 시인 강의

작은 학교를 방문하면 김용택 시인의 고향 마을 이야기, 자연과 섬진강, 농사 이야기 등 시인의 일상과 사색 속에서 건져내는 글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서재에서 또는 한옥 마루나 야외에서 진행되기도 한다. 단체로 미리 신청하면 김 시인의 강의를 듣고 함께 마을 앞 강변을 따라 길을 걸으며 자연 산책을 즐길 수 있다.

구담마을풍경
시 쓰는 느티나무

김용택 시인의 작은 학교로 들어가는 길 초입의 왼편에 있는 수령 500년 된 느티나무에는 ‘시 쓰는 느티나무’ 라고 이름이 붙여져 있다. 이 나무 밑에는 글을 써서 넣을 수 있는 함이 놓여져 있다. 자신의 시상이나 단편적인 글을 적어 함에 넣으면 김 시인이 주축이 되어 글을 추려서 느티나무 옆에 써서 게시한다.

임실 김용택 프로그램2
김용택의 작은 학교

김용택 시인과 함께 한 달에 두 번씩 모여 글쓰기 교실을 진행하는 작은 학교. 10여 명의 지역 주민들이 일상 속 소소한 내용의 글을 쓰고 낭독회도 하며 작은 학교를 이어가고 있다. 1년 동안 쓴 글을 엮어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 라는 시집도 출간했다.

임실 김용택 프로그램3
김용택 시인과 함께하는 가을 문학캠핑

매년 가을이면, 김용택 시인과 함께 가을밤 문학캠핑이 열린다. 김용택 시인의 강연을 듣고 글쓰기 교실도 진행하며 문화동아리 공연, 강변 따라 섬진강길을 걸으며 자연과 함께 하는 1박 2일 코스의 문학캠프이다.

  • 장소:
    • 사리마을 캠핑장
  • 주소:
    • 전라북도 임실군 덕치면 천담리 89-3
  •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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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관광지_섬진강질산책
섬진강 길 산책

섬진강 트레킹길 중 김용택 시인이 사는 진뫼마을부터 천단마을까지 강 을 따라 걷는 길은 가장 아름답고 무난한 길이다. 약 4km 정도로 산책 삼 아 다녀오기 좋은 코스로 길 곳곳에는 김 시인의 시비가 세워져 있어 시 와 자연을 함께 즐길 수 있다. 강을 따라 쭉 걷다 보면 자연과 시골 마을 풍경을 여유롭게 느낄 수 있다.

  • 코스:
    • 진뫼마을 ~ 천단마을 (4km)
주변관광지_치즈캐슬1
임실치즈테마파크

임실치즈를 테마로 한 체험형 관광지. 축구장 19개 넓이의 드넓은 초원 위에 조성된 임실치즈테마파크는 유럽풍의 경관을 배경으로 다양한 볼 거리와 즐길 거리, 먹을거리가 있는 놀이, 문화의 공간이다. 테마파크 내 각종 체험관에서 임실치즈와 피자 만들기, 유럽 정통 음식 만들기 등 다 채로운 체험을 만끽할 수 있다.

  • 주소:
    • 전라북도 임실군 성수면 도인2길 50 임실치즈밸리
  • 운영시간:
    • 09:00~18:00 (월요일 휴관)
  • 전화:
    • 063-643-2300
  • 웹사이트:
  • 가격:
    • A 체험코스 21,000원
INFORMATION
김용택시인문학관
  • 주소:
    • 전라북도 임실군 덕치면 장암2길 16
  • 전화:
    • 010-3684-6160
글 송지유 작가 | 사진 남윤중(AZA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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