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의 고장 신안. 수많은 섬과 섬사이에 형성된 신안 갯벌은 생태·환경적 가치와 그 의미가 독특하고 색다르다. 특히 신안 갯벌은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천혜의 갯벌로, 세계유일의 성숙한 다도해형 섬 갯벌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철새들의 안식처이며 갯벌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체들이 숨쉬는 생명의 땅, 천사섬 신안 갯벌이다.

태고의 생명 품은 다도해형 섬 갯벌

 

광활하게 펼쳐진 평온한 바다가 아침 햇살에 반짝인다. 한걸음 다가서니 바닷물이 빠져 나간새 햇살에 몸을 말리는 끝도 없이 펼쳐진 갯벌이다. 더 가까이 들여다보니, 반짝이는 펄 위에 작은 구멍들이 끊임없이 생겨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계절의 뒤안길에서 누렇게 빛바랜 염생식물들은 다시 화려한 색으로 물들기를 기다리고, 또 한켠에서는 높은 둔덕을 이룬 펄갯벌 사이로 굵은 갯골이 나뭇가지처럼 뻗어나가 휘어지고 굽어지며 흐르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얼굴을 가진 신안 갯벌은 11만 86ha 규모로 전남지역 갯벌 가운데 33%(347㎢)로 가장 넓은 규모이자 한국 전체 갯벌면적의 15%에 해당하는 가장 넓은 면적을 자랑한다. 국내 전체 갯벌 습지보호지역의 77.4%를 차지하며 생물 다양성이 풍부한 세계적인 갯벌로 남다른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다. 특히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다도해의 특성이 잘 드러난 섬 갯벌로 널리 알려져 있다.

갯벌의 모든 형태, 세계 유일의 갯벌

 

신안 갯벌은 그 형성 과정부터 특별하다. 세계의 다른 갯벌은 바다에 쌓여 있던 퇴적물이 조류에 의해 육지로 밀리면서 형성된 것이다. 그러나 신안 갯벌은 육지의 강에서 모인 퇴적물들이 조류에 밀려 1004섬 주변이 갯벌로 둘러싸이는 다도해형 갯벌이다. 이렇다보니 현재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세계 유일의 ‘현재 진행형’ 갯벌이다.

특히 신안의 섬들은 1억 년 전 화산 활동에 의해서 형성된 암석들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그 사이사이 깊은 조수로들이 흐르고 가장 두꺼운 최대 깊이 40m의 펄 갯벌층이 지속적으로 쌓였다. 이는 전 세계에서 가장 두꺼운 조간대 펄 퇴적층의 형성과 해수면 상승에 따른 홀로세1 퇴적층의 진화양상을 잘 보여주는 ‘성숙한 다도해형 섬 갯벌’의 전형이다.

이처럼 다양한 조건에서 퇴적된 신안 갯벌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갯벌을 관찰할 수 있다. 펄갯벌, 모래갯벌, 혼합갯벌, 암반갯벌 등 네 가지 종류의 갯벌이 함께 형성된 곳은 신안갯벌이 세계에서 유일하다. 특히 모래-자갈 선형체(sand-gravel string)는 전 세계에서 신안 지역에서만 발견되는 특이한 갯벌 퇴적체다. 주로 거친 모래, 자갈과 패각(조개껍질, shell fragment) 등으로 구성된 이 퇴적체는 펄갯벌 위에 독립적으로 형성되어 있다. 암석섬을 따라 좁고 길게 발달하며, 일반적인 쉐니어와 달리 해안선과 수직방향으로 형성되었다. 증도와 압해도 등 다도해 안쪽 섬들은 넓은 펄 갯벌이 사방을 둘러싸는 형태로 발달했다. 반면 임자도, 증도(우전), 자은도, 비금도 등 서해를 향해 열려있는 다도해 가장자리 섬들은 서쪽 해안에 모래갯벌, 조수해빈과 사구 등이 해안선과 수평한 방향으로 좁게 발달했다.

생물다양성 최고의 생태계 보고

 

암석들로 이뤄진 다도해 갯벌의 특성이 반영된 신안 갯벌은 펄, 모래, 암반 외에도 해빈, 사취, 사구, 염습지, 조류세곡 등 다양한 서식지가 발달했다. 갯벌에서 살아가는 생물들 역시 그만큼 다양하다. 특히 농게와 칠게, 망둥어 등을 비롯해 총알고둥, 댕가리, 갯강구 등에 이르기까지 청정 갯벌에서만 서식하는 갯벌 생물의 대표 서식처이다.

또한 한국의 갯벌에서는 모두 54종의 염생 식물이 살고 있다. 이 가운데 순비기나무와 퉁퉁 마디 등 42종이 신안갯벌에 서식하고 있다. 전 세계 염생식물 종들의 대부분이 신안갯벌에 살고 있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바지락과 낙지, 꽃게, 굴, 백합 등 수십종의 갯벌 속 청정 자원은 어민들의 삶의 기반이다.

멸종위기 물새종 부양 비율 세계 최고

 

신안갯벌은 세계 3대 철새 이동경로 중 하나인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East Asian Australiasian Flyway, EAAF)에 위치하고 있다. 이 지역으로만 통과하는 물새들의 핵심적인 중간기착지로서, 총 118종(물새 101종, 맹금류 17종)의 철새들이 해마다 방문하고 있어 세계에서 멸종위기 물새종의 부양 비율이 가장 높다. 특히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포함된 큰뒷부리도요, 붉은어깨도요, 저어새, 검은머리물떼새 등 멸종 우려종 및 준위협 물새종의 33종(13.2%)이나 출현하여 철새 이동로 중 가장 높은 비율로 나타난다. 이들 33종 가운데 약 66.7%에 해당하는 22종은 전적으로 신안갯벌에 의지해 살아간다.

또한 신안 갯벌은 멸종위기 1급 황새와 매, 저어새 II급 노랑부리저어새, 검은머리물떼새, 흰목물떼새, 알락꼬리마도요 등 수많은 철새가 번식과 월동을 위해 대규모로 찾는 곳이다. 이처럼 철새들이 안식처로 찾는 신안 압해도 갯벌은 ‘생물 다양성이 우수한 이동성 물새의 국제적인 서식지‘로 국제인증도 받았다. 이외에도 장도산지습지, 흑산 배낭기미습지, 증도 갯벌습지 등 은 특히 도요물떼새를 포함함 철새들의 중간기착지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괭이갈매기, 중대백로와 왜가리가 집단으로 번식하고 검은머리물떼새 100여 쌍이 둥지를 틀어 천혜 생태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슬로시티 ‘증도’

갯벌의 역사문화 산물 ‘노두길’

 

붉은 여명이 하늘을 물들이자 짙게 드리운 해무를 가르며 신안 증도가 모습을 드러낸다. 신안군에서 7번째 큰 섬인 증도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어 아시아 최초로 ‘느림’의 삶을 살아가는 슬로시티(slow city)로 지정되었다. 또한 갯벌도립공원, 람사르습지, 습지보호지역,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증도의 경우 섬 바깥쪽에 자리한 우전해변에는 모래 갯벌이 섬의 안쪽 화도에는 세립의 펄 갯벌이 나타난다. 또한 거대한 염전과 3km에 걸쳐 일렬로 늘어선 60여 개의 소금창고. 연간 1만6천 톤의 소금을 만들어내는 최대 단일염전인 태평염전은 증도 갯벌의 또 다른 생태 다양성을 보여준다.

증도 대초리 남쪽에는 꽃처럼 아름다운 섬이라는 화도(花島, 화두)가 있다. 증도 대초리에서 화도로 건너가기 위해서는 썰물 때 바다를 가르며 놓인 ‘노두(路頭)길’이라 불리는 바닷길을 건너야 한다. 200여 년 전부터 섬 사람들이 오가기 위해 갯벌 위에 노둣돌을 놓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콘크리트를 덧입혀 자동차도 건너게 되었지만, 노두를 중심으로 갯벌은 양쪽으로 단절되고 바닷물이 닿지 않는 갯벌은 생명력을 잃기 시작했다. 문제를 인식한 주민들의 요청으로 노둣길 중간 중간 바닷물이 유입될 수 있도록 해수유통구를 설치했다. 다시 복원된 광활한 갯벌에는 농게와 칠게들이 들락날락하고 낙지, 조개, 보리숭어, 농어 등 어류 뿐만 아니라 도요새와 갈매기, 물떼새, 백로, 왜가리 등 조류가 날아들고 있다. 또한 짱뚱어 다리 앞에서 멀리 보이는 모래톱은 이른 봄에 흰물떼새, 왕눈물떼새 등 물떼새들이 산란을 하는 번식지다. 부화를 한 새들은 한달여 뒤에 새끼들과 함께 떠난다.

전통으로 이어온 신안 갯벌 어업문화

 

주민들에게도 갯벌은 생업의 공간이자 삶의 터전이다. 신안갯벌에서는 모두 54종의 연안성 어류가 살아가고 있다. 갯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짱뚱어를 비롯해 병어, 강달이, 가오리, 민어 등도 있다. 어민들은 맨손으로 낙지, 망둥어 등을 잡고 감태를 채취하며, 지주식 김 양식도 하고 있다. 특히 낙지 생산 전국 1위인 신안 갯벌에서는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된 전통 맨손낙지어업과 천일염 등 전통어업 방식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 국가중요 어업유산

국가중요 어업유산

갯벌낙지 맨손어업

가장 오래된 맨손 어업 방식은 ‘팔낙지’ 방식으로 부럿(낙지 숨구멍)을 찾아 맨손으로 낙지를 잡는다. ‘가래(낙지를 잡기 위해 갯벌을 파는 삽)’와 같은 간단한 도구를 이용해 잡거나, 횃불 등을 이용해 유인해 잡는 방식도 전해지고 있다. 낙지를 유인해서 잡는 ‘묻음’ 방식도 있다. 낙지 구멍 주위에 어느 정도 깊이로 구멍을 파고 약간의 둔덕을 만들어 물을 넣어두면 낙지가 그 속으로 나온다. 신안군은 맨손으로 갯벌낙지를 잡는 기술과 전통 어법을 보전하기 위하여 총 7명의 장인을 선발하였다.

천일염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된 천일염은 전통 방식으로 생산하는 소금을 말한다. 증도와 신의도, 비금도의 천일염이 대표적이다. 저수지에 바닷물을 가두고, 이를 햇빛에 증발시켜 소금성분을 높인 뒤, 마지막으로 결정지에서 6시간 넘게 높은 염도의 간수가 햇볕을 쬐고, 살랑거리는 바람결까지 더하면 눈부시게 하얀 소금꽃을 피워낸다. 소금이 순백의 꽃으로 피어나기까지는 무려 20일이 넘는 시간을 고스란히 기다려야만 한다. 이처럼 시간이 빚어내는 소금이야 말로 바로 인간이 만든 가장 빛나는 보물, 소중한 어업유산이다. 신안군에서는 국내 천일염 생산의 약 80%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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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송지유 | 사진 신안군, 한국관광공사 사진갤러리, 디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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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1. 한국에 이런 아름다운곳이 있었다니... 정말 놀랍네요. 자연의 신비로움에 감탄하게 됩니다. 갯벌속에서 새들과 사람들에게 나누어줄 선물을 만들기 위해서 부지런히 일을 하고 있는 상상을 하니... 고마움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오래도록 감상할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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