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 바다 끝에서 1박 2일 여행

지금은 이미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은 계절. 물론 먼 곳으로의 휴가를 포기하고 가급적 이동을 자제하는 쪽을 선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가장 안전한 선택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해서 한여름을 온통 안전하게만 보내는 데에는 분명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다만 떠나기 전의 준비는 철저히 해야 한다. 지금의 여행이 평소와 다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 역시 몇 번이고 인지해야 함은 물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데에 망설임이 없어야 한다. 앞으로 두 번에 걸쳐 이어질 남해와 통영·거제에 대한 안내문은, 그런 사려 깊은 여행자들을 위한 것이다.

긴 다리 너머의 풍경을 찾아서

남해에 이르는 길은 멀다. 아니 길게 이어져 있다. 남해를 건너야 닿을 수 있기 때문. 그래서 예전엔 배를 타야 했지만, 이제는 삼천포에서부터 시작되는 긴 다리가 육지와 섬을 잇고 있다. 물론 덕분에 언젠든 원하는 때에 남해에 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다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꽤 멋있는 풍경을 연출한다. 간혹 일교차가 커져서 바다 위에 물안개가 짙게 드리우는 때에는 더욱 그러하다. 희뿌연 대기 속으로 달려가야 한다는 생각에 약간의 걱정과 설렘이 교차하기도 한다. 하지만 비상등을 켜고 평소보다 낮은 속도로 다리를 달리면 크게 위험하지는 않다.

삼천포 대교를 건너 계속 직진을 하다 보면 다시 다리를 만나게 된다. 남해에 접어들며 가장 먼저 만났던 창선면과 남해 본섬을 잇고 있는 창선교다. 하지만 이곳은 다리보다 더 유명한 것이 있다. 죽방령 멸치가 바로 그것. 멸치떼가 다리 아래의 좁은 해로를 따라 이동하는 것을 보고 옛날 사람들은 대나무를 바다에 꽂아 멸치들이 자연스레 이동할 수 있는 길을 만들었다. 물론 그 길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이렇게 잡힌 멸치는 그물로 잡은 것에 비해 상처가 적을 수밖에 없다. 훼손되지 않은 멸치는 당연히 맛도 좋다. 그래서 죽방령 멸치는 다른 멸치들에 비해 높은 가격으로 판매되어 왔다. 그리고 창선교 근처에는 그런 죽방령 멸치로 음식을 만든다는 음식점들이 많다. 그러니 점심 무렵 남해에 도착하게 된다면 그곳에서 식사를 한 후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하는 것도 좋은 계획이다. 그곳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누가 뭐래도 우리식당. 대표 메뉴는 멸치회무침과 멸치쌈밥. 하지만 주변 다른 식당들도 메뉴나 맛의 편차가 그리 크지는 않다는 점을 잊지 말자.

혹시 후식이 필요하다면 카페유자를 추천할 만하다. 유자향이 가득한 카스테라를 맛볼 수 있는 곳인데, 당연히 남해에서 난 유자를 사용했다. 내부도 차분한 분위기인 터라 오랜 시간을 달려온 피로를 상큼하고 달콤하게 날려버리기에 더 없이 좋은 곳이기도 하다.

역전식당

남해군 삼동면 동부대로1876번길 7
055-867-0074

카페유자

남해군 삼동면 동부대로 1423
055-867-5201

역전식당

남해군 삼동면 동부대로1876번길 7
055-867-0074

카페유자

남해군 삼동면 동부대로 1423
055-867-5201

이국적인 혹은 이상적인

남해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독일마을이다. 하지만 굳이 이곳을 가야 하는지 묻는다면, 여러 번 그곳을 다녀온 내 입장에서는 선뜻 대답을 하기 쉽지 않다. 물론 건물들이야 특색 있어 보여 사진을 찍거나 기분을 전환하는 데에 도움을 주겠지만, 그런 식의 이국적인 모습들은 테마파크에만 가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애초에 관광지를 목적으로 조성된 곳이 아니다 보니 오가는 차량에 비해 도로가 협소할뿐더러, 이런저런 카페나 음식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음식들 중에서도 오리지널리티를 갖고 있는 무언가를 발견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독일마을은 1966년부터 1976년 독일로 향했던 파독 간호사들과 1963년부터 1980년까지 같은 곳으로 날아갔던 파독 광부들의 여생을 위해 만들어진 곳. 그래서 독일마을에 처음 사람들이 살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조용하기 이를 데 없는 언덕 위 마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독일식 주택이 많은 관광단지가 되었을 뿐이다. 물론 지금은 파독 간호사와 광부들을 위한 기념관도 건립되는 등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장소들도 없지는 않지만, 많은 사람들로 인해 그런 곳들의 모습은 가려져 있을지도 모르겠다.

독일마을에서 내려다 보이는 바닷가에는, 독일마을처럼 사람들에 의해 인위적으로 조성된 장소가 있다. 물건리의 방조어부림이 바로 그곳. 바다에 그늘을 드리워 고기를 모으고 바람과 파도를 막는 나무들로 이루어진 아담한 숲길이다. 기록에 따르면 약 300년 전 전주 이씨의 후손들이 이곳에 정착하며 숲을 꾸몄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은 갖가지 난대성 활엽수들과 그 사이로 구불하지만 평평하게 나아가는 길이 많은 여행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남해가 아니면 만나기 힘든 나무들이, 방조어부림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정취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숲과 바다 사이로 흐르는 시간

여름과 함께 떠오르는 단어 중 가장 앞에 위치할 것은 ‘바다’일 게 틀림없다. 남해를 찾는 사람들 중 많은 수도 바다를 즐기기 위함이 큰 이유일 테고. 큰 섬인 남해에서는 다양한 바다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만약 차분한 바다를 원한다면 송정 솔바람 해변이 가장 좋은 바다가 될 것이다. 송정 솔바람 해변은 고운 모래가 드넓게 깔려 있는 해수욕장. 물이 맑은 건 물론이고 한참 동안 수평선을 향해 걸어도 급격하게 수심이 깊어지지 않는다. 수영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친절하기 이를 데 없는 해수욕장인 셈. 그렇다고 해서 잔잔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기분 좋을 만큼 일렁이는 파도 덕분에 바다에서의 기분은 만끽하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만약 바다가 아니라 숲이 더 좋다 해도, 남해는 여전히 유효한 선택지를 갖고 있다. 편백자연휴양림이 바로 그곳인데, 짙은 그림자를 만들 정도로 빽빽한 편백숲을 호젓하게 걸을 수 있는 곳이다. 휴양림이니 당연히 숙박도 가능하지만, 요즘 같은 시기에는 결코 쉽지 않은 일. 그저 숲을 걷거나 임도를 따라 높은 곳에 올라 남해를 조망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이다.

만약 아이를 동반하고 있다면, 혹은 무언가 학습적인 면을 충족시켜야 하는 상황이라면 마늘박물관에 들러 보자. 남해 특산물 중 첫손에 꼽히는 남해의 난지형 마늘이 언제부터 어떤 방식으로 재배됐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근처에는 마늘과 관련된 상품을 판매하는 곳도 많으니 기호에 따라 들러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남해는 먼 곳이다. 어디서 출발해도 가깝지 않은 길이다. 그러다 보니 서둘러 이곳저곳을 양껏 다니려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남해는 큰 섬이다. 인구가 많지 않아 도로가 많이 놓인 곳도 아니다. 그러니 자칫 계획을 무리하게 잡다 보면 길 위에서 많은 것을 소비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다지 추천할 방법은 아니다. “무리하지 않고, 될 수 있는 한 안전하게”라는 모토를 갖고 있는 여행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기억하자. 멀리 있다 해서 다시는 못 갈 곳은 아니라는 것을.

글ㆍ사진 정환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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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댓글

  1. 평소 지나칠수 있는점들을 알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지식으로 음식을 먹으면, 약이 되는것처럼, 알려주신 정보를 가지고 여행을 하면, 더 의미있는 여행이 될듯합니다. 수고 덕분에 즐거운 여행 될것같아요. 감사합니다. ^^~~

    •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항상 즐겁고 안전한 여행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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