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만든 숲 속으로
숲은 어떤 존재일까. “이런 것도 이름이 있나?” 싶은 작은 풀부터 한참을 올려다봐야 하는 아름드리나무들까지 저마다의 영역을 갖고 모여 있는 곳. 천연 그대로의 모습 그대로 지금까지 변함없이 삶을 이어온 것 같지만, 그건 자세히 살필 눈이 없는 사람들의 섣부른 짐작일 뿐. 숲은 조금씩 변화하며 조금이라도 더 나은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달라지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어떤 숲은 사람에 의해 변화하기도 한다. 물론 훼손의 의미가 아니다. 고성에는 그런 숲이 있다. 그것도 두 곳이나.
숲 속에서 만나는 낯선 나무들은 발걸음을 더욱 가볍게 만든다.
낯선 나무들이 숲을 이루다
고성의 동쪽 끝에 위치한 소담수목원은 사람의 손길이 많이 간 곳이다. 국내에서 보기 힘든, 그리고 오직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나무들도 꽤나 많은데, 모두 이곳을 혼자 관리하고 있는 성만기 원장의 이력에서 그 독특함의 유래를 찾을 수 있다. 항공사에서 27년 동안 근무하며 만난 다양한 수종을 직접 들여와 가꾸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소담수목원의 숲을 이루고 있는 식물들 중 많은 수는 토종이 아닌 외래종이라는 뜻.
수국들처럼 여름을 여름답게 만드는 꽃이 있을까.
그렇다고 해서 나무들, 꽃들이 어지럽게 분산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모두 딱 거기에 있어 좋은 모습들만 볼 수 있다. 특히 요즘은 이곳저곳에 산수국이 한창 피어 있어 질경이가 잔뜩 자라고 있는 푹신한 길을 걷는 재미가 한층 배가 된다. 특히 소담수목원의 초입인 카페 근처에는 푸른 수국들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기에 시원한 마실 것과 함께 가벼운 산책을 하는 것도 어디에 비할 것이 없을 정도로 산뜻한 순간이 된다. 그렇다 해서 그 주변만 맴도는 것은 그다지 권할 만한 일은 아니다.
소담수목원 입구에서 만나게 되는 소담스러운 카페
소담수목원 곳곳에는 콘크리트 포장된 길이 있어 걷기에도 좋다.
소담수목원은 꽤 넓은 면적을 자랑하는데, 천천히 걸으면 한 시간 이상을 할애해야 한다. 물론 그만한 가치는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을 정도. 무엇보다 가장 윗부분까지 올라가야 만날 수 있는 계수나무들의 그 짙은 푸름을 보기 위해서는 그 정도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결코 아깝지 않다. 그렇다. 토끼들이 방아를 찧는 달나라의 그 계수나무들이다. 국내에서는 그 모습을 보기 쉽지 않지만, 소담수목원에서는 삽자루처럼 생긴 푸른 잎을 늘어뜨리고 있는 계수나무들이 도열 하듯 자라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앞에 있는 것만으로도 싱그러운 느낌이 들 정도의 나무들이다.
단순히 “푸르다”는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계수나무의 잎사귀
만화방초에서는 어디에서도 꽃을 볼 수 있다.
개방감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만화방초 초입.
사람들 속에 피어난 만 개의 꽃
대전통영고속도로의 동고성 요금소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수목원 만화방초는 이름부터가 독특하다. 만화방초(萬花芳草). 만 가지 꽃과 향기로운 풀이 있는 곳. 이곳 역시 소담수목원과 마찬가지로 개인이 운영하는 수목원이다. 고성에서 태어난 후 부산에서 무역업을 하다 부모님이 물려주신 땅으로 다시 돌아온 정종조 원장은 20여 년 동안 이곳을 가꿔왔다. 아니 가꿨다는 표현보다는 좀 더 풍성하게 만들었다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인위적으로 길을 내고 꽃을 심거나 나무를 식재하는 것을 최대한 자제하고 원래 있던 그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데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인 곳이니까.
마치 가로수처럼 늘어서 있는 수국들 덕분에
언제까지고 걸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예전의 만화방초는 숲을 거니는 일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일부러 닦아놓은 길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있는 길도 동물들이 다니던 길을 사람이 다니며 자연스럽게 넓힌 것이었지만, 이제는 좀 더 방문객 친화적으로 바뀌었다. 몇 년 전부터 대대적인 수국축제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푸른 혹은 보랏빛의 꽃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상쾌한 느낌이 든다.
만화방초의 수국은, 그저 ‘손님’을 많이 받기 위해 가꾸는 ‘아이템’은 아니다. 원래 1997년부터 만화방초의 수국은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초여름의 반가운 꽃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 2018년부터 경남과학기술대학교의 대학사회책임센터와 연계해 지역사회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해 수국축제를 이어오고 있는 것. 재미있는 것은, 대학 내의 각기 다른 동아리들이 축제를 주관하고 있기에 그 모습이 매년 다르다는 점. 다시 말해 만화방초는 이제 곧 사회인으로 한 단계 성장할 대학생들을 위한 토양을 마련해주고 있는 셈이다.
푸른 혹은 보랏빛의 꽃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상쾌한 느낌이 든다.
만화방초의 수국은, 그저 ‘손님’을 많이 받기 위해 가꾸는 ‘아이템’은 아니다. 원래 1997년부터 만화방초의 수국은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초여름의 반가운 꽃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 2018년부터 경남과학기술대학교의 대학사회책임센터와 연계해 지역사회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해 수국축제를 이어오고 있는 것. 재미있는 것은, 대학 내의 각기 다른 동아리들이 축제를 주관하고 있기에 그 모습이 매년 다르다는 점. 다시 말해 만화방초는 이제 곧 사회인으로 한 단계 성장할 대학생들을 위한 토양을 마련해주고 있는 셈이다.
문득 만나는 연못에도 꽃은 하나 가득이다.
이 글이 포스팅 될 때쯤이면 만화방초를 화려하게 장식하던 수국들은 모두 진 상태일 것이다. 하지만 그곳의 푸르름은 이제 막 시작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짙을 것이다. 특히 앞서 설명했던 “산짐승들이 만든 길들”은 여전히 이곳저곳에 남아 있다. 협소한 길이다 보니 간혹 고개를 잔뜩 숙여야 할 때도 있겠지만, 그것이 만화방초의 원래 매력이기도 하다. 있는 그대로, 사람의 개입은 최소로. 하지만 그곳에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도 숲은 당연히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람을 품는 숲으로 변모한 것이다.
벤치가 넉넉하게 놓여 있는 덕분에 어느 곳에서든 편히 쉴 수 있다.
소담수목원과 만화방초는 고성은 물론 경남을 대표하는 개인 수목원들. 사람이 가꾸는 숲의 모습을, 사람의 개성이 반영된 숲의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곳들이기도 하다. 그러니 남쪽으로의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꼭 한 번 들러보도록 하자. 자연이 만든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을 경험할 수 있을 테니.
소박한, 그리고 더 없이 푸짐한
고성은 특산물을 꼽기 쉽지 않은 곳이다. 인근에 위치한 통영과 대부분의 농산물과 해산물이 겹치기 때문. 그나마 갯장어 정도가 통영보다 좀 더 많이 잡힌다고는 하지만, 대량으로 소요되는 곳은 일본 혹은 통영 등지. 그렇다 해서 고성에서의 식사에 아무런 기대도 가지면 안 된다는 뜻은 아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몸뿐 아니라 마음도 가득 차는 한 끼를 경험할 수 있는 식당들도 분명히 있다. 초우식당 역시 그런 곳 중 하나다.
고성군청 근처에 위치한 초우식당은, 겉에서 보기에도 세월의 더께가 상당히 쌓여 있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곳. 그리고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서면, 밖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오랜 전통이 서려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 공간에서 맛볼 수 있는 메뉴는 단 한 가지, 한정식이다.
물론 전라도의 그것처럼 접시들을 포개어놓을 만큼 그 가짓수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계절을 상징하는 해산물과 나물들은 젓가락이 방황할 틈을 주지 않는다. 특히 갖가지 해산물과 끓인 진한 된장찌개, 단단함과 쫀득함 사이의 장어조림은 고성의 맛이 어떤 것인지 확실히 기억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오전 11시 30분부터는 북적이는 곳인 데다 오후 1시 30분 무렵이면 점심 마감이 될 수도 있으니 방문 전 전화를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초우식당
고성군 고성읍 성내리 75-12
전화번호 : 055-672-7520
소박한, 그리고 더 없이 푸짐한
고성은 특산물을 꼽기 쉽지 않은 곳이다. 인근에 위치한 통영과 대부분의 농산물과 해산물이 겹치기 때문. 그나마 갯장어 정도가 통영보다 좀 더 많이 잡힌다고는 하지만, 대량으로 소요되는 곳은 일본 혹은 통영 등지. 그렇다 해서 고성에서의 식사에 아무런 기대도 가지면 안 된다는 뜻은 아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몸뿐 아니라 마음도 가득 차는 한 끼를 경험할 수 있는 식당들도 분명히 있다. 초우식당 역시 그런 곳 중 하나다.
고성군청 근처에 위치한 초우식당은, 겉에서 보기에도 세월의 더께가 상당히 쌓여 있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곳. 그리고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서면, 밖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오랜 전통이 서려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 공간에서 맛볼 수 있는 메뉴는 단 한 가지, 한정식이다.
물론 전라도의 그것처럼 접시들을 포개어놓을 만큼 그 가짓수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계절을 상징하는 해산물과 나물들은 젓가락이 방황할 틈을 주지 않는다. 특히 갖가지 해산물과 끓인 진한 된장찌개, 단단함과 쫀득함 사이의 장어조림은 고성의 맛이 어떤 것인지 확실히 기억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오전 11시 30분부터는 북적이는 곳인 데다 오후 1시 30분 무렵이면 점심 마감이 될 수도 있으니 방문 전 전화를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초우식당
고성군 고성읍 성내리 75-12
전화번호 : 055-672-7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