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향해 열려있던 300년 전통 가옥
강릉 선교장
선교장은 300여 년 동안 원형이 잘 보존된 99칸의 전형적인 사대부가의 상류 주택으로 한국 최대 규모의 전통 가옥이다. 1703년 처음 안채가 건축되기 시작하여 활래정, 동별당, 서별당, 연지당, 열화당 등 무려 10대에 걸쳐 증축을 거듭해 현재의 모습에 이르렀다. 건축 당시에는 현재의 집 앞 들판까지 경포 호수가 이어져 있었는데, 외부에서 집으로 드나들기 위해 “배로 다리를 만들어 건너 다녔다”하여 ‘선교장(船橋莊)’ 이라는 이름이 지어졌다고 전해진다.
대저택의 규모에 비해 선교장의 대문은 일반 서민들의 집 대문처럼 소박하다. ‘월하문(月下門)’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대문의 양쪽 기둥에는 “새는 연못가 나무에서 잠들고 스님은 달 아래 문을 두드린다.(鳥宿池邊樹 僧敲月下門)”라는 시가 걸려 있는데, 피곤한 길손은 그 누구든 괜찮으니들어와 쉬었다가 가라는 주인의 배려가 담긴 것이었다. 이처럼 선교장은 언제나 손님들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조선시대 풍류객들의 바램 중 하나는 금강산과 관동팔경을 구경하고 그 감흥을 남기는 것이었는데, 선교장은 바로 그 길목인 강릉에 위치하여 당대 유명한 시인과 문장가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특히 사랑채에 있는 열화당에는 학식이 높고 귀한 손님들을 모셨다고 전해진다. 1815년 지어진 이 건물은 툇마루 앞에 한옥에서는 볼 수 없는 차양시설을 갖추고 있는데, 사각형의 초석 위에 팔각기둥을 세우고 연꽃 모양을 장식한 다음, 동판을 위에 올려놓은 구조로 구한말 선교장에 머물렀던 러시아 공사가 감사의 표시로 선물한 것이라고 한다.
활래정은 선교장의 아름다움을 한 층 더해주는 공간이다. 연못 속에 발을 담그고 있는 누정의 형식이 창덕궁 후원의 부용정을 닮았는데, 건물의 반이 연못에 뿌리박은 돌기둥 위에 세워져 있고, 내부는 물 위에 떠있는 누마루와 온돌방, 다실로 구성돼 있다. 활래정의 벽은 모두 문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문을 모두 열고 정자에 앉아 연못과 소나무 숲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시 한 수를 읊조리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하게 된다. 또한, 선교장이 건축되기 오래전부터 자생해 온 뒷동산의 소나무 숲길을 걸으면 솔향기와 함께 선교장의 고풍스러운 기와지붕과 담, 대문들이 눈에 들어와 마치 시간을 거슬러 조선시대를 걷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TIP
선교장에서는 방문객들이 한국의 전통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한옥스테이, 전통과자인 다식과 오죽피리, 솟대, 장승 등 전통 목공예품을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주변관광지
매월당김시습기념관, 강릉해운정, 오죽헌
주소
강원도 강릉시 운정길 63
위치
KTX 강릉역에서 택시로 10분
전화
033-648-5303
입장료
5,000원(한옥스테이 이용 시 무료)
홈페이지
knsgj.net
운영시간
3-11월 09:00-18:00,
12-2월 09:00-17:00
* 영어, 중국어, 일어 문화관광해설투어 있음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민간정원
소쇄원
소쇄원(瀟灑園)은 조선 전기 문신인 양산보(梁山甫, 1503~1557)가 은둔 생활 중 자연의 맑고 깨끗한 기운을 받아 학문에 정진하기 위해 ‘깨끗하고 시원하다’라는 의미의 이름을 붙여 만든 한국의 전통 민간 정원이다. 한국의 전통 정원은 중국과 일본의 정원과는 달리 최대한 인공적인 것을 절제하고 주변의 자연환경이나 자연의 조형물을 잘 이용하여 자연 그 자체의 아름다움과 편안함을 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소쇄원 역시 계곡의 형태와 물줄기를 그대로 살리고, 곳곳에 주변의 경관에 어울리는 운치 있는 정자를 배치하여 정원 전체가 원래부터 자연의 일부인 것처럼 완성되었다. 당시 이 지역의 많은 유학자들과 시인들이 이곳에 머물며 자연을 벗 삼아 학문을 나누고 시를 지으며 유교 문화를 꽃피웠다.
정원의 입구에 위치한 초가지붕의 정자에는 ‘대봉대(待鳳臺)’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귀한 손님을의미하는 ‘봉황’을 기다리는 곳이라는 의미인데, 전설 속의 새 ‘봉황’은 오동나무에 둥지를 틀고 대나무 열매를 먹는다고 하여 주변에 오동나무와 대나무가 심어져 있다. 또한, 대봉대로 향하는 오솔길 양쪽으로도 빽빽한 대나무 숲이 조성되어 있는데, 이 길을 따라 걷노라면 푸른 대나무 숲이 만드는 바람 소리와 새소리에 마음이 한결 맑고 깨끗해지는 느낌을 갖게 된다.
소쇄원의 대표적인 공간인 광풍각(光風閣)은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특별히 지어진 정자이다. 비갠 날 청량하게 부는 바람이라는 이름의 의미처럼, 세 방향으로 난 들어열개문1을 열어 올리면 계곡의 청량한 바람을 마실 수 있고, 정자의 가운데 앉아 주변을 둘러보면 어떤 방향이든 눈길이 머무는 곳마다 한 폭의 산수화가 그려진다.
소쇄원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제월당(霽月堂)은 정원의 주인을 위한 공간으로 이곳에 머물며독서에 매진할 수 있도록 작은방이 마련되어 있다. 비 갠 하늘의 상쾌한 달이라는 이름의 의미처럼, 이곳에서는 하루 종일 독서에 매진했던 선비가 방에서 나와 누마루에 걸터앉아 저녁 달빛이 비치는 소쇄원의 모든 정경을 한눈에 담아 보며 시를 한 수 읊조리는 여유를 떠올려 볼 수 있다.
TIP
소쇄원 인근에는 산과 강에 둘러싸인 정자인 식영정, 조선시대 문학 장르 중 하나인 가사문학과 그와 관련된 유물을 살펴볼 수 있는 한국가사문학관이 있다.
주변관광지
죽녹원, 메타세콰이아길, 무등산국립공원, 한국가사문학관
주소
전라남도 담양군 가사문학면 소쇄원길17
위치
광주역에서 택시로 약 40분
전화
061-381-0115
입장료
2,000원
홈페이지
www.soswaewon.co.kr
운영시간
11-2월 09:00-17:00, 5-8월 09:00-19:00,
3-4월 및 9-10월 09:00~18:00
한국 불교건축의 살아있는 역사
선암사
201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의 산사(山寺) 7곳을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Sansa, Buddhist Mountain Monasteries in Korea)’라는 이름으로 세계유산에 등재하였다. ‘Sansa’는 ‘산 중에 있는 사찰’이라는 뜻의 한국어를 보통명사로 만들어 영문으로 표기한 것인데, 인도나 중국의 석굴사원, 일본의 사찰정원과는 뚜렷하게 구별되는 특성이 반영된 것이다.
사찰이 산 깊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사찰까지 긴 진입로가 만들어지는데, 이 길은 그저 걷는 길이 아니라 성역에 이르는 시간적, 공간적 거리를 의미하는 것이다. 한국의 산사는 모두 이 진입로가 무척이나 아름다운데, 그중에서도 가장 아름답다고 손꼽히는 길이 바로 선암사(仙巖寺)로 향하는 진입로이다. 선암사에 이르는 진입로에서 만나게 되는 승선교(昇仙橋)와 강선루(降仙樓)는 이 길에서 가장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무지개다리2인 승선교가 냇물에 비쳐져 만들어지는 동그란 액자 안으로저멀리 강선루가 들어앉아 있는 모습을 마주하면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가 나온다.
아름다운 진입로를 걸어 오르며 정화된 마음으로 선암사의 일주문을 통과하면 다양한 수목과 꽃들이 오랜 세월이 느껴지는 가람(伽藍)들과 어우러져 있는 사찰의 경내로 들어서게 된다. 다양한규모의 건물이 다양한 높이의 지형에 따라 들어서 있는데, 이로 인해 각 건물 위에 얹혀 진 우아한 곡선의 지붕선들이 중첩되며 아름다운 장면이 연출된다. 또한 아기자기하게 이어져 있는 계단과 드문 드문 남아있는 오랜 기와가 얹혀 진 아담한 높이의 돌담길을 따라 걷노라면 고즈넉하면서도 따뜻한 정감이 느껴진다.
아름다운 진입로를 걸어 오르며 정화된 마음으로 선암사의 일주문을 통과하면 다양한 수목과 꽃들이 오랜 세월이 느껴지는 가람(伽藍)들과 어우러져 있는 사찰의 경내로 들어서게 된다. 다양한규모의 건물이 다양한 높이의 지형에 따라 들어서 있는데, 이로 인해 각 건물 위에 얹혀 진 우아한 곡선의 지붕선들이 중첩되며 아름다운 장면이 연출된다. 또한 아기자기하게 이어져 있는 계단과 드문 드문 남아있는 오랜 기와가 얹혀 진 아담한 높이의 돌담길을 따라 걷노라면 고즈넉하면서도 따뜻한 정감이 느껴진다.
이와 같은 건축미에 더해 선암사가 방문객들을 더욱 매료시키는 것은 바로 꽃이다. 선암사 경내 곳곳을 가득채운 다양한 꽃나무들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자신의 시간에 맞추어 각자 아름답고 생기 넘치는 색깔로 연이어 피어나는데, ‘선암사에는 1년 365일 꽃이 없는 날이 없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선암사를 화사하게 장식한다. 이러한 이유로 선암사는 가장 한국적인 산사이자, 가장 아름다운 산사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구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