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품은 미술관
뮤지엄 산
안도 다다오 | 일본
뮤지엄 산은 좁고 긴 형태로 정상까지 이어져 있는 산속의 대지에 위치해 있다. 건축가는 뮤지엄이 지어질 장소에 처음 방문했을 때, ‘도시의 번잡함에서 벗어난 아름다운 산과 자연으로 둘러싸인’ 이 장소의 매력에 이끌려 ‘주변과는 동떨어진 별천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고한다. 안도 다다오의 첫인상처럼 뮤지엄 산에서는 전체 길이 700m에 이르는 산책로와 전시관 내부를 따라 걸으며 ‘Disconnect to connect(소통을 위한 단절)’라는 설계 콘셉트를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의 주요 특징인 드라마틱 한 ‘시퀀스와 반전’은 뮤지엄 산에서도 큰 감동을 준다. 먼저, 방문객을 맞이하는 웰컴센터는 어둡고 무거운 느낌의 내부 공간으로 설계되어 있는데, 어둡게 닫힌 공간을 지나 밖으로 나서면, 드넓게 열려있는 플라워 가든을 마주하는 반전을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반전을 시작으로 뮤지엄으로 향하는 긴 여정을 시작하게 되는데, 이 여정을 따라 걷다 보면 자줏빛 패랭이 꽃밭을 지나, 하얀 자작나무 숲을 통과하고, 하늘이 내려앉아 있는 것 같은 잔잔한 워터 가든을 지나면서 어느새 자연과 소통하는 듯한 느낌이 들게 된다.
긴 여정 끝에 만나게 되는 뮤지엄은 거친 파주석으로 마감된 바깥쪽 박스 안쪽으로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된 박스를 넣어 전시 공간을 만든 ‘Box in Box’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노출 콘크리트 박스 주변으로 조성된 복도는 천장으로 스며드는 빛으로 인해 신비로운 느낌이 만들어지는데, 이 동선을 따라 걷다 보면 열림과 닫힘, 소통과 단절, 내부와 외부, 인공과 자연, 이렇듯 잘 짜인 시퀀스에 따라 반전이 거듭되면서 어느새 신비로운 건축 공간에 몰입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뮤지엄의 내부 공간을 모두 경험하고 밖으로 나서면 다시 탁 트인 스톤가든을 만나게 된다. 스톤 가든은 한국의 고대 신라시대(BC57~AD935) 고분을 모티브로 한 9개의 스톤 마운드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사이를 거닐며 넓게 트인 하늘, 대지의 평온함, 바람과 햇빛을 느끼며 다시금 자연과 소통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TIP
원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원주시티투어버스(순환형)을 타면 뮤지엄 산을 비롯한 원주의 주요 관광명소를 돌아볼 수 있다.
1일 9회(wonjutourbus.kr)
주변관광지
간현유원지, 원주중앙시장
주소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오크밸리2길260
위치
원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오크밸리 셔틀버스 이용(1일 1회) 또는 택시로 20-30분
전화
033-730-9000
입장료
18,000원
홈페이지
www.museumsan.org
운영시간
10:00-18:00 / 월요일 휴관
비디오아트 그 자체인 건축물
백남준아트센터
Kirsten Schemel, Maina Stankovic | 독일
백남준아트센터는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The father of video art)’로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백남준(1932~2006)의 예술적 사상과 그의 창조적인 예술 활동을 연구하고 계승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그는 일찍이 1960년대에 TV 브라운관의 회로를 조작해 화면을 변화시키거나, 관객의 참여로 화면이 완성되는 실험적인 예술 작품을 세상에 선보이기 시작하였으며, 그 이후로도 끊임없이 예술과 기술, 인간과 기계, 기계와 자연, 동양과 서양의 모든 경계를 뛰어넘는 실험적인 예술을 추구하였다. 스미소니언 미술관 관장인 엘리자베스 브로운은 백남준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평가하였다.
“피카소가 20세기 전반을 지배한 거인이라면 백남준은 20세기 후반 예술의 무게중심이다. 그의 상상력이 세상을 바꿔 놓았다”
백남준의 사상과 예술관이 반영된 아트센터의 건축설계를 위해 2003년도에 국제 아이디어 공모전이 개최되었다. 세계적인 예술가를 위한 아트센터 설계 공모전에 걸맞게 총 42개국에서 439개 팀이 참여하였는데, 당선작은 독일 건축가 크리스텐 쉐멜이 제안한 ‘The Matrix’였다. 건축가는 관객들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주는 백남준의 작품에서 깊은 감명을 받아, 아트센터 건축설계에도 기존 미술관이나 박물관과 달리 관객이 주체가 되어 자유롭게 공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콘셉트를 담았다고 하였다.
완성된 건물의 전체적인 입면은 수직으로 분절된 유리 커튼 월(Curtain Wall)로 덮여 있는데, 특수 제작된 복층의 반사 유리 안쪽으로 불규칙한 실크스크린 처리를 더하여 건물 외부로 주변의 경관이 깊이 있고 선명하게 투영된다. 특히, 건물 전체적으로 유리 커튼 월을 가로 방향으로 두르고 있는 검은 색 띠는 과거 흑백 TV의 거친 화면 조정 가로라인을 떠오르게 하는데, 유리 커튼 월에 비친 주변 자연 경관이 더해져 건물 전체가 백남준의 거대한 비디오 아트 작품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TIP
백남준아트센터 맞은편의 지엔아트스페이스는 전시・교육・창작공간, 숍, 카페&레스토랑 등이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주변관광지
지엔아트스페이스, 경기도박물관, 한국민속촌
주소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백남준로10
위치
지하철 에버라인․분당선 기흥역 6번 출구에서도보15분
전화
031-201-8571
입장료
무료
홈페이지
njp.ggcf.kr
운영시간
10:00-18:00, 7-8월 10:00-19:00 / 월요일 휴관
선사시대로 떠나는 시간여행
전곡선사박물관
건축사무소 X-TU | 프랑스
전곡선사박물관이 위치한 전곡리는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아슐리안형 주먹도끼1가 발견된 곳이다. 1979년 당시 주먹도끼를 발견하게 된 스토리는 너무나도 드라마틱하다. 주한 미군으로 복무하기 위해 한국에 온 공군 상병이 한국인 연인과 전곡리 한탄강에 나들이를 갔다가 연인이 집어 든 흔한 돌 중에서 아슐리안형 주먹도끼를 구분해 내었던 것이다. 그 공군 상병은 한국에서 복무하기 전 애리조나주립대학에서 고고학을 전공한 고고학자였으며, 머나먼 한국의 평범한 시골 강가에 우연히 들렀다가, 고고학자의 안목으로 아슐리안형 주먹 도끼를 발견하여 당시 전세계 고고학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전곡선사박물관은 이러한 역사적인 현장에 건립되었다. 박물관 부지에는 두 개의 언덕과 언덕사이를 잇는 완만한 계곡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박물관은 이 두 언덕을 유기적인 형태로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면서 양쪽의 언덕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박물관의 외형은 원초적인 동물처럼 유기적인 형태로 디자인되어 있으며, 외피를 모두 스테인레스 스틸로 마감하여 낮에는 햇빛을 반사하여 빛나고, 보는 시점에 따라 파도처럼 일렁거려 압도적인 존재감을 나타낸다.
건축가는 건물의 표면을 디자인할 때 한국 전설에 등장하는 ‘용’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건물 표면을 용의 비늘처럼 보이도록 만들기 위해 스텐인레스 스틸 표면의 곳곳을 다양한 형태로 타공하고 반투명 재료로 마무리하였다. 밤이 되면 타공된 표면을 통해 실내 조명이 드러나는데 주기적으로 조명의 방향과 밝기를 변화시키도록 프로그램하여, 건물 전체가 살아 숨을 쉬는 듯한 유기체의 느낌을 더해 준다.
주변에는 산과 강뿐인 대지에 우뚝 서 있는 전곡선사박물관은 그 자체로 미술작품 같기도 하고, 거대한 조각 작품 같기도 하다. 특히 저녁 무렵 박물관을 멀리서 바라보면 외관의 곡면이 부드러운 스카이라인을 만들고, 그 뒤로 산등성이의 부드러운 곡선이 겹쳐지면서 인상적인 장면이 연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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