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最古)와 최고(最高), 그리고 최고(最孤)의 공원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엇인가의 연원을 찾아 올라가 보는 건, 때때로 즐거운 일이다. 물론 무의미해 보이기도 하고 적잖이 귀찮아 몇 번의 검색 끝에 한숨을 내쉬며 스마트폰을 옆으로 미뤄놓는 경우도 많다. ‘그런 거 알아서 뭐해’라는 자조 섞인 마음과 함께 말이다. 하지만 경남 함양의 상림공원은 그런 패턴과 정반대의 위치에 존재한다. 이제는 흔히 볼 수 있는 우리 주변의 모든 공원들의 출발점이기도 했던 이곳은, 알면 알수록 꼭 한 번 가보고 싶어진다. 요즘 같은 때에는 더더욱 그렇다.
최고(最古)와 최고(最高),
그리고 최고(最孤)의 공원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무엇인가의 연원을 찾아 올라가 보는 건, 때때로 즐거운 일이다. 물론 무의미해 보이기도 하고 적잖이 귀찮아 몇 번의 검색 끝에 한숨을 내쉬며 스마트폰을 옆으로 미뤄놓는 경우도 많다. ‘그런 거 알아서 뭐해’라는 자조 섞인 마음과 함께 말이다. 하지만 경남 함양의 상림공원은 그런 패턴과 정반대의 위치에 존재한다. 이제는 흔히 볼 수 있는 우리 주변의 모든 공원들의 출발점이기도 했던 이곳은, 알면 알수록 꼭 한 번 가보고 싶어진다. 요즘 같은 때에는 더더욱 그렇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사랑하는 그곳
경상남도 함양. 어떤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를까. 산을 좋아한다면 지리산 자락을, 건강에 관심이 많다면 한방과 산삼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전통문화나 역사에 관심이 많다면 일두고택이나 개평마을 같은 전통 가옥 혹은 마을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질 것이다. 물론 이러한 명소 혹은 명물들은, 모두 함양을 상징하는 것들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상림공원만큼 많은 사람들을 골고루 만족시키지는 못할 것이다. 걷는 데에 힘들지도 않고 입에 넣었을 때 인상을 찌푸리게 될 만큼 쓰지도 않으며, 오래됐다 해서 스스로 삼가야 하는 엄숙함도 필요없으니 말이다.
최고(最古)의 흔적을 찾아서
상림공원의 역사는, 무려 신라 진성여왕 시대(887~897년)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대의 유명한 학자 최치원 선생이 천령군(함양의 옛 이름)의 태수(신라시대 지방관직. 지금의 군수)로 있으며, 잦은 물난리로부터 백성들을 보호하기 위해 둑을 쌓고 그 둑을 따라 나무를 심은 것이 지금의 상림공원이 됐다는 것이다. 국내 최초의 인공숲이자 공원인 셈이다. 그 공덕을 기리기 위한 비석이 지금도 상림공원 한가운데에 보존돼 있다.
물론 지금이 모습이 옛날의 그 모습 그대로인 것은 아니다. 최초 나무 식재가 완료되었을 당시에는 대관림이라 불렀지만, 사람의 힘으로 어쩔 수 없을 정도로 큰 홍수로 숲의 중간 부분이 유실되며 상림(上林)과 하림(下林)으로 나뉘었다고 한다. 하림은 심한 훼손으로 이제 자취를 찾을 수 없게 되었지만 상림은 여전히 푸르게 유지되고 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1962년 천연기념물 제154호로 지정된 것은 더더욱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숲 속에 오도카니 먼 곳을 바라보고 있는 이은리 석불(경남도 유형문화재 제32호)도, 무심의 얼굴로 공감하는 모습을 문득 만날 수 있다.
최고(最高)의 고즈넉함 속으로
상림공원을 구성하고 있는 나무들은 대부분 활엽수다. 소나무와 같은 침엽수가 많은 대전 이북 지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다양한 활엽수들이 하늘을 빽빽하게 가리고 있다. 그 강한 햇살도 쉽게 비집고 들어오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그래서 생경하고 신기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포근한 느낌이 든다. 넓고 부드러운 잎사귀 덕분인가 싶기도 하다.
나무들의 이름도 재미있다. 갈참, 졸참, 상수리, 개서어, 개암나무 등 활엽수의 종류만 100여 종에 그 숫자가 2만여 그루에 이른다. 그렇게 넉넉한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은밀한 그림자가 드리운 땅 위로는, 언제부터 사람들이 걸었을지 모를 아주 오래된 길이 나 있다. 그리고 사람의 길과 가까워졌다 멀어졌다를 반복하는 물길이, 반듯하지는 않지만 내내 사람을 따라 나란히 동행한다.
그런 길을 걷고 있노라면 들리는 것은 그저 새소리 혹은 바람소리. 종종 저 멀리서 사람의 인기척이 언뜻언뜻 보이지만, 그 수가 많지는 않다. 함양이라는 고장의 인구가 워낙 많지 않은 데다, 평일 낮이라면 더더욱 사람이 귀할 때다.
계절이 숲을 가꾼다
사실 상림공원이 가장 극적인 공간으로 변모할 때는, 그래서 사람이 북적거릴 때는 가을이다. 그것도 10월 이후의 늦가을. 지리산 자락을 타고 내려오는 차가운 바람이 상림공원의 나무들을 붉게 물들이기 때문이다. 그 계절에는 경남에서, 아니 전국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일 년에 단 한 번, 나무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21만㎡의 공원을 가득 채우는 시기이다.
그렇다 해서 초여름의 상림공원을 무가치하다 할 수는 없는 일. 오히려 잔잔하면서도 깊고 푸른 어둠이 드리우는 초여름의 상림공원을 편애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다만 같은 취향을 가졌다 해도 이제는 서로의 간격을 지켜야 하는 시기. 다행스럽게도, 그런 은밀한 무엇인가를 애호하는 사람들은 나와 타인의 거리에도 예민하기에 조금이나마 안심할 수 있다. 아직 햇살을 신선하다 느끼는 시기의 상림공원은, 그런 곳이다.
계절이 숲을 가꾼다
사실 상림공원이 가장 극적인 공간으로 변모할 때는, 그래서 사람이 북적거릴 때는 가을이다. 그것도 10월 이후의 늦가을. 지리산 자락을 타고 내려오는 차가운 바람이 상림공원의 나무들을 붉게 물들이기 때문이다. 그 계절에는 경남에서, 아니 전국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일 년에 단 한 번, 나무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21만㎡의 공원을 가득 채우는 시기이다.
그렇다 해서 초여름의 상림공원을 무가치하다 할 수는 없는 일. 오히려 잔잔하면서도 깊고 푸른 어둠이 드리우는 초여름의 상림공원을 편애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다만 같은 취향을 가졌다 해도 이제는 서로의 간격을 지켜야 하는 시기. 다행스럽게도, 그런 은밀한 무엇인가를 애호하는 사람들은 나와 타인의 거리에도 예민하기에 조금이나마 안심할 수 있다. 아직 햇살을 신선하다 느끼는 시기의 상림공원은, 그런 곳이다.
외로운 고장에서의 하루
함양의 인구는 채 4만 명이 되지 않는다. 경남에서는 의령, 산청에 이어 3번째로 인구가 적은 지자체. 그러다 보니 많은 공간이 고즈넉하다 못해 조금은 외롭게 보일 때가 있다. 게다가 주위는 온통 산이다. 남쪽과 서쪽으로는 지리산, 북쪽으로는 덕유산, 동쪽으로는 감악산이 자리를 잡고 있다. 산 속에 푹 파묻혀 있는 형국이다. 대구광주고속도로와 대전통영고속도로가 교차하는 교통의 요지이긴 하지만, 고속도로 위의 차들은 그저 바쁘게 갈 길을 갈 뿐, 함양으로 빠져나오는 숫자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러니 조금의 여유가 있다면 함양을 조금 더 둘러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앞서 이야기한 다양한 산, 한방 관련 콘텐츠, 고택이나 전통마을 같은 것들을 말이다. 모두의 기호를 충족시키는 것만큼 혼자만의 욕심을 채우는 것도 중요한 일이니까.
외로운 고장에서의 하루
함양의 인구는 채 4만 명이 되지 않는다. 경남에서는 의령, 산청에 이어 3번째로 인구가 적은 지자체. 그러다 보니 많은 공간이 고즈넉하다 못해 조금은 외롭게 보일 때가 있다. 게다가 주위는 온통 산이다. 남쪽과 서쪽으로는 지리산, 북쪽으로는 덕유산, 동쪽으로는 감악산이 자리를 잡고 있다. 산 속에 푹 파묻혀 있는 형국이다. 대구광주고속도로와 대전통영고속도로가 교차하는 교통의 요지이긴 하지만, 고속도로 위의 차들은 그저 바쁘게 갈 길을 갈 뿐, 함양으로 빠져나오는 숫자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러니 조금의 여유가 있다면 함양을 조금 더 둘러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앞서 이야기한 다양한 산, 한방 관련 콘텐츠, 고택이나 전통마을 같은 것들을 말이다. 모두의 기호를 충족시키는 것만큼 혼자만의 욕심을 채우는 것도 중요한 일이니까.
산속 마을 한우의 담백한 맛
한우를 특산품으로 내놓는 고장은 적지 않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구이에 편중되기 마련. 탕이나 찜은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조리법이라 치부하던 게 사실이다. 한우처럼 질좋은 고기는 그저 최대한 간단한 방식으로 먹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겠다. 하지만 함양에서는 찜 혹은 탕이 먼저다. 그래서 고깃집이지만 고기 굽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
그렇다 해서 그 요리들이 찜이나 탕이 자극적이지도 않다. 언뜻 심심하다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담백하지만, 먹다 보면 그것이 진짜 고기의 가장 깊은 맛을 즐기는 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싱거운 것은 결코 아니다. 큼직하게 썰어놓은 채소들과 너무 흐물거리지도, 너무 질기지도 않게 익힌 한우 표면에는 마치 소금 기름장을 발라놓은 것처럼 간간한 맛이 자르르 흐르고 있다. 신용카드의 한도만 허락한다면 언제까지고 먹고 싶은 맛이다. 그래서 택배도 가능하다는 카운터의 문구도 납득된다.
이렇게, 조금은 형이상학적일 수 있는 식사를 하고 싶다면 옛날금호식당을 찾아가자. 점심시간 이후라면 반드시 전화를 해서 식사가능 여부를 묻는 게 좋다.
옛날금호식당
경남 함양군 안의면 광풍로 107
전화번호 : 055-964-8041
영업시간 : 매일 11:00 – 16:00
산속 마을 한우의 담백한 맛
한우를 특산품으로 내놓는 고장은 적지 않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구이에 편중되기 마련. 탕이나 찜은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조리법이라 치부하던 게 사실이다. 한우처럼 질좋은 고기는 그저 최대한 간단한 방식으로 먹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겠다. 하지만 함양에서는 찜 혹은 탕이 먼저다. 그래서 고깃집이지만 고기 굽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
그렇다 해서 그 요리들이 찜이나 탕이 자극적이지도 않다. 언뜻 심심하다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담백하지만, 먹다 보면 그것이 진짜 고기의 가장 깊은 맛을 즐기는 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싱거운 것은 결코 아니다. 큼직하게 썰어놓은 채소들과 너무 흐물거리지도, 너무 질기지도 않게 익힌 한우 표면에는 마치 소금 기름장을 발라놓은 것처럼 간간한 맛이 자르르 흐르고 있다. 신용카드의 한도만 허락한다면 언제까지고 먹고 싶은 맛이다. 그래서 택배도 가능하다는 카운터의 문구도 납득된다.
이렇게, 조금은 형이상학적일 수 있는 식사를 하고 싶다면 옛날금호식당을 찾아가자. 점심시간 이후라면 반드시 전화를 해서 식사가능 여부를 묻는 게 좋다.
옛날금호식당
경남 함양군 안의면 광풍로 107
전화번호 : 055-964-8041
영업시간 : 매일 11:00 – 16:00
지리산 가는 길에 있는 함양이네요.
저런 곳이 있었다니, 휴식이 느껴지는 장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