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부러진 나무 뒤, 아득히 사라지는 그것
낯선 장소, 생경한 것, 새로운 사람을 통해 스스로를 환기하고 에너지를 얻는 사람들이 있다. 먼 데에 있는 매력적인 무엇인가를 찾아가는 과정조차 즐거움인 사람들이 있다. 남들이 모르는 나만의 무엇인가를 발견하려고 애쓰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지금과 같은 시절처럼 힘든 때는 없었을 것이다. 여행은 이제 꽤 많은 위험부담을 각오해야 하는 일이 되어버렸으니까. 그럼에도 욕망은 사라지지 않는다. 괴로움은 여기서 시작된다. 자, 어떻게 해야 할까.
구부러진 나무 뒤,
아득히 사라지는 그것
낯선 장소, 생경한 것, 새로운 사람을 통해 스스로를 환기하고 에너지를 얻는 사람들이 있다. 먼 데에 있는 매력적인 무엇인가를 찾아가는 과정조차 즐거움인 사람들이 있다. 남들이 모르는 나만의 무엇인가를 발견하려고 애쓰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지금과 같은 시절처럼 힘든 때는 없었을 것이다. 여행은 이제 꽤 많은 위험부담을 각오해야 하는 일이 되어버렸으니까. 그럼에도 욕망은 사라지지 않는다. 괴로움은 여기서 시작된다. 자, 어떻게 해야 할까.
바람을 막던 나무들
물건 방조어부림. 상당히 낯선 단어다. 하지만 떼어놓고 보면 이해가 어렵지는 않다. 남해군 상동면 물건리에 위치한 방조어부림이라는 뜻. 방조어부림 역시 조각을 낼 수 있다. 방조(防潮)는 파도를 막는다는 뜻이고 어부(魚付)는 물고기를 불러들인다는 뜻. 다시 말해, 바닷가의 생활을 조금이라도 안정적으로 영위하기 위한 숲이라는 말이다. 물론, 사람들이 직접 조성한 인공림이다. 기록에 따르면 약 300여 년 전, 전주 이씨 후손들이 이곳에 정착하며 나무를 심어 가꾼 것이 지금에 이른다 한다.
남쪽의 낯선 그림자
물건 방조어부림을 구성하고 있는 나무들은 팽나무, 푸조나무, 참느릅나무, 말채나무, 상수리나무, 느티나무, 이팝나무, 무환자나무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한 가지 공통점이라면, 한반도에서 가장 온난한 기후를 보이는 곳답게 모두 낙엽활엽수들이라는 사실. 물론 후박나무 같은 상록수도 있는데, 이 역시 남쪽에서만 볼 수 있는 나무. 도시에서 나고 자랐던 사람들에게는 이런 낯선 이름의 나무들이 재미있어 보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나무들 사이로 난 길은 더더욱 그렇다.
파도와 바람을 막고, 나무 그늘 아래 더 많은 물고기들이 모이도록 만들어놓은 숲은, 이제 그 어느 곳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찾기 힘든 탐방로를 품고 있다. 이미 1962년 천연기념물 제150호로 지정되면서 원래의 용도로 사용하기보다는 보존과 함께 그 가치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조치였다.
첫 탐방로는 숲 사이 오솔길이었지만, 땅에서 자라는 식물을 조금이라도 더 보호하기 위해 긴 데크를 설치해 사람의 발걸음으로부터 숲을 최대한 보호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노력은, 그곳을 걷는 즐거움을 한층 깊게 만들어준다.
나무들 사이로 보통의 외출
물건 방조어부림을 걷는 방법은 그리 특별하지 않다. 앞서 설명했듯 굵은 나무들 사이로 난 데크를 그저 하릴 없이 걷기만 하면 된다. 물론 좋아하는 노래가 끊이지 않는 이어폰을 꽂는 것도 방법이긴 하겠지만, 온통 나무로 둘러싸인 곳에서는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은 선택이기도 하다. 낮은 목소리로 말을 걸어오는 파도 소리, 그보다 조금 높은 곳에서 서성거리는 바람소리,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 높은 곳의 새소리까지 바다와 숲이 한데 어우러진 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다층적 구조의 공간이니까. 그런 곳에서는 모든 감각을 오로지 공간에만 집중해야 하니까.
다행스러운 사실은,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 그렇다고 해서 사람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그 유명한 남해의 독일마을에서 멀지 않은 곳인 데다 ‘남해여행’이라는 검색어에 딸려나오는 공간이기도 하니. 그래서 마스크는 꼭 챙겨야 한다. 앞뒤로 간격을 충분히 둘 수야 있지만, 마주 오는 사람과 엇갈릴 때는 사회적 거리가 무너질 수밖에 없으니까.
물론 그럴 때 나무처럼 유용한 것도 없긴 하다. 길이 아니라 잠시 나무를 향해 돌아선 후 마주 오던 사람이 지나가면 다시 길을 걷도록 하자. 물론 우연찮게 마주친 나무와 내내 마주하고 있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어떤 나무들은 매끈한 표면을 자랑하고 어떤 나무들은 칭칭 덩굴에 휘감겨 있다. 닮은 것 하나 없는 나무들로 가득 찬 숲은, 자세히 볼수록 더욱 신기하고 매력적이다. 그러니, 혹시 만나게 되는 낯선 누군가를 너무 무서워하거나 미워하지는 않도록 하자. 그 사람들 덕분에 평소엔 큰 관심을 줄 수 없던 나무를 찬찬히 살필 수 있는 핑계를 갖게 됐으니.
은빛 보물을 먹는 일
먼 길을 가면 피곤하기 마련. 피곤에 따른 응당의 보상을 찾는 것은 인지상정. 그렇다면 남해에서는 무엇으로 위로받을 수 있을까? 멸치다. 구색을 맞추기 위해 식탁에 오르는 딱딱한 마른 멸치가 아닌, 말랑한 살과 가느다란 뼈가 씹히는 생멸치다. 이 시기, 남해안에서만 만날 수 있는 식재료이기도 하다.
남해에서 멸치로 가장 유명한 곳은, 누가 뭐래도 우리식당. 멸치쌈밥과 회무침, 구이가 유명하다. 당연히 모두 남해에서 잡히는 멸치들로 만든다. 생멸치의 경우 보관성이 좋지 않아 다른 곳에서 나는 멸치를 옮기는 게 힘들기 때문. 멸치쌈밥은 김치찜에 멸치를 넣었다 생각하면 큰 무리가 없다. 회무침은 꼬막이나 바지락 회무침을 떠올리면 이해가 빠를 테고.
사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구이다. 석쇠에 노릇하게 구워 고운 소금을 솔솔 뿌린 멸치의 감칠맛과 고소함은 뭐라 할 수 없을 만큼 각별하다. 거기에 맥주까지 더해지면, 뭐하러 운전을 하고 왔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 그러니, 만약 운전을 하지 않는 동행이 있다면 반드시 멸치구이의 맛을 분명히 기억한 후 될 수 있는 한 자세히 설명해주도록 하자. 집에 무사히 도착한 후에 말이다.
우리식당
경남 남해군 삼동면 동부대로1876번길 7
전화번호 : 055-867-0074
영업시간 : 매일 08:00 – 20:00
은빛 보물을 먹는 일
먼 길을 가면 피곤하기 마련. 피곤에 따른 응당의 보상을 찾는 것은 인지상정. 그렇다면 남해에서는 무엇으로 위로받을 수 있을까? 멸치다. 구색을 맞추기 위해 식탁에 오르는 딱딱한 마른 멸치가 아닌, 말랑한 살과 가느다란 뼈가 씹히는 생멸치다. 이 시기, 남해안에서만 만날 수 있는 식재료이기도 하다.
남해에서 멸치로 가장 유명한 곳은, 누가 뭐래도 우리식당. 멸치쌈밥과 회무침, 구이가 유명하다. 당연히 모두 남해에서 잡히는 멸치들로 만든다. 생멸치의 경우 보관성이 좋지 않아 다른 곳에서 나는 멸치를 옮기는 게 힘들기 때문. 멸치쌈밥은 김치찜에 멸치를 넣었다 생각하면 큰 무리가 없다. 회무침은 꼬막이나 바지락 회무침을 떠올리면 이해가 빠를 테고.
사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구이다. 석쇠에 노릇하게 구워 고운 소금을 솔솔 뿌린 멸치의 감칠맛과 고소함은 뭐라 할 수 없을 만큼 각별하다. 거기에 맥주까지 더해지면, 뭐하러 운전을 하고 왔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 그러니, 만약 운전을 하지 않는 동행이 있다면 반드시 멸치구이의 맛을 분명히 기억한 후 될 수 있는 한 자세히 설명해주도록 하자. 집에 무사히 도착한 후에 말이다.
우리식당
경남 남해군 삼동면 동부대로1876번길 7
전화번호 : 055-867-0074
영업시간 : 매일 08:00 –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