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 함께하는 백제 문화로의 산책

한성백제박물관

김용미 | 한국

백제는 BC18-AD660 사이 한반도에 있었던 고대 왕국으로 BC18-AD475 사이에는 현재의 서울을 수도로 정하여 번영을 누렸으며, 백제의 이 시기를 ‘한성백제시대’라고 부른다. 박물관 이름의 ‘한성’은 백제가 번영하던 시기의 서울의 지명으로, 한성백제박물관에서는 2천여 년 전의 백제와 동아시아의 고대 문화유산들을 만나볼 수 있다.

한성백제박물관은 서울에 남은 한성백제의 중요한 사적 중 하나인 몽촌토성이 바라보이는 올림픽공원 내에 위치해 있다. 몽촌토성은 흙을 한층 한층 다져서 쌓아 올린 언덕 형태의 토성으로, 토성을 수직으로 잘라내어 단면을 확인해보면 마치 단층을 보는 것처럼 흙을 켜켜이 다져 놓은 흙다짐 층을 확인할 수 있다. 건축가 이용미는 이와 같은 토성의 형태를 모티브로 설계를 시작하였다.

한성백제박물관이 위치한 장소는 원래 소나무가 심어진 낮은 언덕이었다. 건축가는 박물관을 토성 형태로 만들어 원래 장소에 있던 낮은 언덕을 둥글게 둘러싸고, 기존의 낮은 언덕의 높이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 아래 땅속을 비워 박물관의 로비 공간을 만들었다. 이 공간은 바닥이 깊고 기둥이 없는 넓은 공간의 위쪽에서 빛이 새어 들어오는 형태로, 마치 고대 수혈주거의 내부 공간을 떠오르게 한다. 또한 건축가는 옛 토성의 특성을 살려 박물관의 지붕으로 사람들이 산책하며 오르내릴 수 있도록 경사진 형태로 지붕을 설계했다. 박물관 지붕을 따라 걷는 산책길은 올림픽공원의 산책로와 연결되어 있어 박물관이 자연스럽게 공원의 일부가 되고, 산책로를 따라 지붕의 가장 높은 곳에 오르면 눈앞으로 고대 한성백제 시대의 몽촌토성이 마주 보인다.

박물관의 내부 공간으로 들어서면 토성의 수직 단면을 원래의 스케일대로 복원해놓은 벽을 마주하게 된다. 건축가는 이 벽을 연출하기 위해 로비공간을 지하부터 지상 2층 높이까지 개방해 놓았는데, 관람객들은 박물관에 들어서는 순간 토성의 거대한 규모에 압도되며 옛 한성백제로의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TIP
풍납토성, 몽촌토성 등 백제의 유적들이 자리한 롯데월드 일대에서는 매년 가을 ‘한성백제문화제’ (www.baekjefest.com)가 개최된다. 백제왕을 기리는 제사, 백제 역사문화 퍼레이드 등이 펼쳐지며, 먹거리장터 등도 운영된다.
주변관광지
풍납토성, 롯데월드&롯데월드타워, 소마미술관
주소
서울특별시 송파구 위례성대로 71
위치
지하철 9호선 한성백제역 2번 출구에서 도보 5분
전화
02-2152-5800
입장료
무료(특별․기획전시는 유료)
홈페이지
baekjemuseum.seoul.go.kr
운영시간
09:00-19:00 / 월요일, 1월1일 휴관
한결같은 서예가의 삶이 새겨진 건축

여초서예관

이성관 | 한국

©사진제공(김지호)-한국관광공사

여초서예관은 근현대 한국 서예 역사에서 최고의 작가로 평가받는 김응현(1927~2007)을 기리기 위해 설립되었다. 여초는 ‘처음과 같다’는 의미로 김응현의 호인데, 한결같이 글씨 수련에 전념했던 그의 생애와도 잘 어울린다. 그는 심지어 사고로 오른손을 다치게 되자, 왼손으로 쓴 작품을 모아 전시회를 열기도 하였다.

©사진제공(김지호)-한국관광공사

여초서예관을 설계한 건축가 이성관은 김응현의 서예 작품을 깊이 연구하고, 그의 작품에서 풍기는 고상하고 순결한 느낌이 건축에도 잘 녹아들 수 있기를 바랐다. 건축가는 서예관이 지어질 장소 주변을 두르고 있는 오래된 소나무 숲에 주목했다. 한국인들은 계절의 변화에 관계없이 푸르름을 잃지 않는 소나무를 언제나 반듯하고 품위 있는 선비에 비유한다. 건축가는 서예관으로 주변의 소나무 숲을 끌어들여 김응현의 작품에 기품을 더하는 방향으로 설계를 진행하였다. 서예관은 이러한 콘셉트가 반영되어 주변의 소나무 숲을 보존하는 동시에 가능한 자연 지형을 훼손하지 않는 상태로 대지에 앉혀졌다. 소나무 숲을 배경으로 하고, 지면에는 경사지형을 활용하여 교육 시설과 부대시설을 배치하였다.

©사진제공(김지호)-한국관광공사
©사진제공(김지호)-한국관광공사

그리고, 전시시설은 필로티를 이용하여 지면에서부터 한 층을 띄워 올렸다. 필로티를 통해 전시시설이 지면에서 분리되면서 생겨난 수평의 빈 공간으로는 주변의 자연경관을 끌어들여, 서예관으로 가까이 다가갈수록 건물과 자연이 하나로 중첩되어 보인다. 필로티를 지나 건물로 들어서면 위로는 네모난 형태로 하늘이 열려있고, 아래로는 잔잔한 수면 위로 햇살이 반짝이는 연못을 만나게 된다. 기존에 대지를 흐르던 개울물을 그대로 살려 만들어진 이 연못은 필로티로 만들어진 공간 사이로 들어오는 주변의 자연을 비출 뿐만 아니라, 전시시설 벽면에 새겨진 김응현의 서예 작품을 비추면서 여초 김응현 작품이 갖는 고상하고 순결한 느낌을 부각시킨다.

©사진제공(김지호)-한국관광공사
TIP
박물관 부근에는 천연기념물(1965년)이자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1982년)로 지정된 국립공원 설악산이 있다.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백담사, 신흥사 등 유서 깊은 전통사찰도 자리하고 있다.
주변관광지
동국대학교 만해마을&한국시집박물관, 용대리 황태마을, 설악산국립공원(백담사, 신흥사)
주소
강원도 인제군 북면 만해로 154
위치
백담입구 시외버스터미널에서 택시로 5분
전화
033-461-4081
입장료
무료
홈페이지
yeochomuseum.kr
운영시간
09:00-18:00 /
월요일, 1월1일, 설날․추석 당일 휴관
선사시대로 떠나는 시간여행

진천종박물관

김규석 | 한국

©사진제공(김지호)-한국관광공사

진천은 한국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철 생산 유적지가 있는 곳으로, 이미 3세기~5세기경부터 이 지역에서는 제련, 정련, 단야에 이르는 일련의 공정을 통해 철이 생산되었다. 진천종박물관에는 이와 같은 고대의 제철 기술을 바탕으로 제작된 한국의 우수한 범종을 포함하여 다양한 국내외 종들이 전시되어 있다.

건축가 김규석은 웅장하면서도 은은하고 긴 여운이 느껴지는 소리를 내는 한국의 범종을 모티브로하여 종박물관을 설계하였다고 한다. 건축가의 이러한 의도는 건물의 형태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우선, 박물관의 입구 부분에는 범종의 형태를 재현한 유리 구조물이 관람객을 맞이하는데, 이 구조물 아래 들어서면 외부에서 들려오는 종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앞으로 관람하게 될 다양한 종들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박물관의 오른쪽 유리 커튼월 입면은 굴곡진 형태로 설계되었는데, 건축가는 종소리가 만드는 맥놀이 현상을 이와 같은 형태로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맥놀이란 주파수가 비슷한 소리가 서로 만나 하나의 소리로 합쳐져 진폭이 주기적으로 커졌다 작아 졌다를 반복하는 현상으로 한국의 범종 소리에서 발견되는 특징이기도 하다.

©사진제공(김지호)-한국관광공사

박물관 입구에 들어선 관람객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것은 한국의 범종을 대표하는 성덕대왕신종(통일신라시대, 771년 완성)의 실물 크기의 모형이다.(실물은 국립경주박물관 소장) 2층까지 천장이 뚫려 있는 공간에 높이 3.33m, 지름 2.27m인 거대한 범종이 전시되어 있는데, 쇳물 주조 과정후 거대한 거푸집이 제거되면서 웅장한 모습의 범종이 탄생되는 장면이 연출되어 있어 흥미로움을더한다.

박물관에서는 다양한 형태로 완성된 범종을 만나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범종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알아 볼 수 있다. 가마솥에서 밀랍을 녹이고, 문양을 조각하고, 쇳물을 붓는 등 총 9단계의 범종 제작 공정을 구체적인 모형으로 재현해 놓았기 때문에 범종이 탄생되는 과정을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다.

©사진제공(김지호)-한국관광공사
©사진제공(김지호)-한국관광공사

박물관에서는 다양한 형태로 완성된 범종을 만나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범종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알아 볼 수 있다. 가마솥에서 밀랍을 녹이고, 문양을 조각하고, 쇳물을 붓는 등 총 9단계의 범종 제작 공정을 구체적인 모형으로 재현해 놓았기 때문에 범종이 탄생되는 과정을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다.

©사진제공(김지호)-한국관광공사
TIP
박물관 부지 내에는 대한한국 종 명장이자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주철장(鑄鐵匠) 원광식 선생의 주철기술이 계승되고 있는 주철장전수교육관이 있으며, 한국 종의 주조기술에 대한 다양한 교육,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주변관광지
진천군립생거판화미술관, 청주고인쇄박물관, 국립청주박물관
주소
충청북도 진천군 진천읍 백곡로 1504-12
위치
진천종합버스터미널에서 택시로 5분
전화
043-539-3847~8
입장료
1,500원
운영시간
10:00-18:00 /
월요일, 1월1일, 설날․추석 연휴 휴관
글 윤신용 작가 | 사진 한국관광공사 사진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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